<중국 강진> 약점 드러낸 인민해방군

"전쟁터인 재난현장서 공수.통신역량 미흡"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세계 최대 병력을 자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쓰촨(四川) 대지진의 구조작전 과정에서 수많은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공수부대에서 전략 미사일 부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군종에서 14만명의 병력이 투입된 인민해방군은 현재 지진피해 구호 및 복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공수능력, 통신, 부대간 협조 등 측면에서 빈약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재난 구호는 지난 30년간 전투를 치르지 못했던 인민해방군에겐 일종의 테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지진 발생 직후 두차례나 헬기를 이용, 진앙지인 원촨(汶川)에 착륙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공수부대를 통해 접근하려던 시도 역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원촨에 처음 진입한 구조부대는 도보로 진입해야 했다.

인민해방군은 진입 이후 구조장비와 음식, 물 등을 재난지역의 이재민과 군인들에게 공중 투하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은 당시 공수 작전의 규모가 '전례없는 것'이었다고 치하했으나 미군이 과거 전 세계에서 전개한 공수작전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울러 부상자, 이재민 수송과 구호품 운송을 위해 모두 100대의 군용, 민간용 헬기가 동원됐으나 지상군은 공수작전의 비효율성과 부정확성을 지적하고 있다.

칭촨(靑川)현에 배치된 류푸 상교(上校·대령)는 "이 곳에서 어떤 헬기도 보지 못했다"며 "내가 아는 바로는 오지의 이재민들에게 음식과 물을 수송하는 것은 우리 (육군) 군인 뿐"이라고 말했다.

류 상교는 또 상당수 구호품이 잘못된 곳에 투하돼 지상군 부대가 구호품을 회수하는데 수시간을 소모하기도 하고 아예 도보로 닿을 수 없는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하이의 한 군사소식통은 미국, 유럽의 중국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함께 인민해방군에 대한 부적절한 예산배분이 재난대처에 임하는 군의 빈약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첨단 군용헬기를 생산할 역량이 없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중국이 구호작전에 동원한 헬기는 1970년대 초반에 개발된 미국산 블랙호크 기종"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군 조종사들의 빈약한 훈련과 비행 경험도 함께 지적된다.

현재 군 예산부족으로 인해 상당수 조종사들이 1년에 한차례 정도밖에 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쓰촨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공수작전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험이 부족한 헬기 조종사들은 저공비행을 할 수가 없고 결국 높은 상공에서 물자를 투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구호품 공수가 부정확한지를 설명해준다.

지진 피해지역에 배치된 군 부대간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민간용 유선라인과 휴대전화 기지국이 파괴된 상황에서 군 부대는 보안 목적의 특수 군사용 통신선을 사용하고 있으나 정작 각 부대에 주어진 통신장비가 서로 달라 호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 지휘관은 긴급사안의 경우에 한해 지휘본부와 위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재난구조에 나선 관리들이 지원 요청을 위해 이 위성전화를 빌려가는 바람에 군 부대간 통신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쓰촨군구의 광위안(廣元)분구 사령관 왕타이핑(王太平)은 광위안시 부시장과 긴급 통화를 시도하다 20분간 연결하지 못하자 "내가 정말 군·관·민 구호작전을 총괄하고 있는 게 맞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홍콩의 군사전문가 핑커푸(平可夫)는 "이번 작전과정에서 인민해방군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며 "재난지역은 마치 전장과 같다. 군 부대간 지휘조정, 협조는 오늘날 전장에선 필수적인데 인민해방군은 그런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23.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