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가들 이번엔 광우병 ‘안전’

기사입력 2008-05-23 09:09 |최종수정2008-05-23 09:33 기사원문보기
SRM 외 위험성-전염병 여부 등 핵심부분 '핑퐁게임'

[쿠키 건강] 광우병의 논란에 관련 최근 과학전문가들의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채 사그러들지 않은 광우병 논란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광우병 전문가 토론회는 광우병 논란의 본질을 짚어보고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하는 취지에서 기획됐지만, 오히려 광우병을 둘러싼 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양상이다.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과학적 근거부재와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대처에 과학전문가들의 격렬한 비판이 제기된지 일주일도 채 안돼 안전성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같은 광우병에 대한 전문가들의 상반된 입장은 토론회 주최단체에 따라 각기 한쪽에 치우친 것이어서, 전문가들이 각 단체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해를 밝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수의과 및 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향후 모든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아래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영순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은 23일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개최된 뉴라이트의사연합 광우병 특별토론회 '광우병에 대한 고찰 및 허와 실'에서 "세계 어느나라에서 한두마리 정도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의미없는 수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정위험물질(SRM)만 안먹으면 "안전하다 VS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영순 소장은 "사람에서의 광우병 발생도 지금까지 모두 11개국 207명이 발생한 가운데 영국에서만 16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다음이 프랑스 23명, 아일랜드와 스페인 3∼4명씩"이면서도 "하지만 그 다음 국가들은 모두 한두명에 불과하다. 전체 광우병 발생국 25개국에서 11개 나라에서만 사람광우병이 발생했다"며 향후 광우병 발생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소장은 이어 "400마리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한 독일, 스위스에서는 단 한사람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도 1999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07년에는 한사람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소의 살코기나 우유를 먹어서는 사람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 "광우병의 원인인 변형프리온은 SRM에만 존재한다"며 "이 부위를 먹지 못하게 엄격히 규제를 하고 나서 사람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전혀 다른 과학적 소견이 제시됐었다.

당시 발제자였던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유럽연합의 최신 개정된 SRM 규정 중에 '음식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모든 소에 SRM이 들어가 있다고 규정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EU의 규정은 가장 과학적인 단서조항"이라고 분명히 했다.

또 우 교수는 "2007년 학계에 보고된 논문에서는 SRM만 제거한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돼 있다"며 "학자로서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달병이라 '안전' VS 전염병이라 '위험'

인간광우병의 전염병 여부를 놓고도 전문가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소장은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은 일반 병원체인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과 달리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해 사람이나 동물체외에서 단독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공기·사료·토양·물 등을 오염시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같이 동거하면서 음식을 나눠 먹어도 감염이 안된다"며 "그래서 전염병(Infectious Disease)이라고 부르지 않고 전달병(Transimissible Disease)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고, 우리가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한승수 국무총리의 '전달병' 발언을 지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우 교수의 논조는 전혀 달랐다.

우 교수는 "광우병은 분명히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등재된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전제하고 "탄저, 사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동일한 위험도인 생물안전등급3(BSL3)물질로 규정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식이성 형태의 전염병인 살모넬라나 이콜라이, O-157 등도 접촉이나 공기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전염병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며 "치사율 100%지만 긴 잠복기로 천천히 진행된다. 프리온병을 통틀어 지칭하는 'TSE(전달성해면상뇌증)'에서의 '전달성'은 전염병의 정의나 분류기준이 아니라 성상이나 상태를 나타낸 말로 다른 전염병에도 적용되는 표현이다.

이 용어 때문에 전달병이라는 주장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발생위험 없다 VS 50년은 지켜봐야 한다

이날 발표한 이 소장은 "지금 광우병으로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고 광우병 발병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진단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러한 때에 세계 어느나라에서 한두마리 정도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것은 전염병학적 차원에서 본다면 의미없는 수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소의 육골분 사료섭취, 사람의 SRM 부위 섭취 등 감염경로를 끊으니까 잠복기에 딱 맞게 광우병 발생이 감소해 소실단계에 들어갔다"며 "원인을 정확히 모를 때일수록 나타나는 현실(감소추세의 통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소는 원래 풀만 먹고 살도록 진화된 동물인데 동족 고기를 먹인 것이 큰 재앙을 가져왔다. 하지만 끝까지 이를 반대한 스웨덴은 단 한마리의 광우병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인간은 커다란 대가를 치렀지만 광우병 발생의 역학적 현상을 잘 관찰해 감염원과 감염경로 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광우병 박멸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 교수는 "외국의 전문가들도 잠복기는 5∼30년 이상 되고 지금껏 광우병 발생국가 중에 아직 청정 국가로 내려간 사례가 없다고 말한다"며 "또 변형프리온에 노출된 많은 이들 중에 앞으로 수십년 내에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5년 내로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논리는 간단하더라"며 "지금 감소추세니까 없어질 거다라는 거였다. 이는 흉칙한 일이 많으니 말세가 올거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뉴라이트의사연합,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 관계자 10명이 단체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 시식회를 가졌다.
by 100명 2008. 5. 23.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