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영화' 잇단 개봉 득 보다 실?

기사입력 2008-05-22 07:12


명맥잇기 득… 제살깍기 독…

대작 하반기로 개봉 연기 '날나리…' '방울…'등 찬스

대부분 작품성·상업성 부족 한국영화 기대치만 하락 우려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도 풍년을 맞고 있는 영역이 있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풍년이다. 2008년 들어 그 동안 개봉 되지 못하고 있던 일명 ‘창고 영화’ 등이 대거 개봉되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 1월1일 개봉된 영화 <기다리다 미쳐>를 시작으로 6월까지 개봉이 예정된 ‘창고 영화’는 20편에 육박한다. 이들 영화의 개봉을 두고 시름에 빠진 한국 영화계의 맥을 잇고 있다는 평가와 ‘창고 대방출’이라는 혹평이 공존하고 있다.

#득(得)이다!

5월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 받는 영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 두 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 개봉 예정됐던 대작 영화들은 대부분 하반기로 개봉을 미뤘다. 한국 영화를 찾아 보기 힘든 속에서 창고 영화들은 한국 영화 빈곤기에 관객들이 한국 영화와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서울이 보이냐>(감독 송동윤ㆍ제작 라인픽처스) <방울 토마토>(감독 정영배ㆍ제작 씨네라가 픽쳐스) 등과 개봉을 앞둔 영화 <날나리 종부전>(감독 임원국ㆍ제작 필름 캔) <무림여대생>(감독 곽재용ㆍ제작 영화사 파랑새) 모두 일찌감치 제작을 마친 작품들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들 영화들은 그 동안 개봉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 영화계의 침체가 이 영화들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영화의 개봉은 일거리가 부족한 충무로 영화인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개봉돼 빛을 본 영화도 있다. 배우 신하균 변희봉 주연의 영화 <더 게임>은 올해 초 설연휴를 거치며 전국 관객 150만 명을 동원했다. 2년 만에 개봉된 영화 <바보> 역시 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뒤늦은 개봉이 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보>의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춘궁기에 개봉되며 오히려 경쟁력이 커졌다.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독(毒)이다!

올해 상반기 개봉된 창고 영화의 전체 개봉 성적을 보면 ‘실패’에 더 무게가 실린다.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더 게임> 단 한 편 뿐이다. ‘한류 스타’ 송승헌 권상우 지성 등이 출연한 영화 <숙명>을 비롯해 (조현재) <마지막 선물>(신현준) 등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영화 <대한이, 민국씨><도레미파솔라시도><어린왕자><허밍> 등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 영화사의 홍보팀장은 “상반기 개봉된 영화 중 상당수가 이미 낙제점을 받은 작품이다. 경쟁력 있는 한국 영화가 없는 틈을 타 개봉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고 냉정히 분석했다.

이들 영화들의 개봉이 한국 영화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한다는 평가도 있다. 작품성과 상업성이 부족한 영화들의 개봉이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더욱 하락시킨다는 지적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관객들은 영화 자체로 평가한다. 늦게 개봉된 사실은 중요치 않다. 결국 한국 영화는 재미 없다는 인식만 심어주는 셈이다. 한 번 돌아선 관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제살깎기다”고 우려했다.
by 100명 2008. 5. 22.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