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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통계로 끌어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가 | ||||||||||||||||||||||||||||||||||||
[경제뉴스 톺아읽기] 물가 비싼 건 맞지만 구매력지수 환산 비교는 '오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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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한국에서 산다는 건 억울하게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세계 11개국 중 제일 비싼 대한민국 커피 값"이라는 어깨 제목도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특히 골프장 그린피가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국내에서는 비회원이 중급 골프장에서 18홀 1라운드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요금이 평균 19만3850원으로 11개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는 것. 조선일보는 "높은 세율 등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키로 했다"는 소비자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톡톡 튀는 제목이 많다. 매일경제는 "한국은 고물가 공화국"이라는 제목을 내걸었고 한국경제는 "한국이 가장 비싸다"고 선언했다. 머니투데이는 "골프장 그린피 2.3배, 한국 뭐든지 비싸네"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제목을 뽑았고 한겨레도 "스타벅스 커피값, 세계 최고 수준보다 비싸"라는 제목으로 소비자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소비자원은 나라마다 다른 물가 수준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구매력지수로 환산해 비교했다. 소비자원은 보도자료에서 "구매력지수로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커피 가격이 미국 커피가격보다 높다면,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에서 커피가격이 다른 품목에 비해 비싸다는 것을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매력지수는 말 그대로 나라마다 다른 구매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다. 같은 10달러라도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먹을거리는 미국 또는 이탈리아, 인도, 짐바브웨에서 모두 다르다. 쉽게 설명하면 연봉 3천만원이 우리나라에서는 중간 수준이지만 인도나 짐바브웨에서는 상류층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맥락에서 점심 한끼가 1만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더 비싸다고 느낀다.
만약 구매력을 반영해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재화라면 이런 비교가 의미가 있다. 이를테면 점심 한끼 가격이나 버스 요금, 세탁비, 공사장 인부의 임금 등. 그런데 나라마다 가격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일물일가의 재화를 구매력지수로 환산해 비교하면 당연히 1인당 국민소득이 적은 나라 사람들은 더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수입 맥주, 수입 화장품 등의 구매력지수 환산 가격은 가난한 나라에서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만약 구매력지수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인 나라라면 우리나라에서 5천원 하는 햄버거가 5만원으로 10배가 된다. 이 경우 이 나라의 햄버거는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비싼 것인가. 가격 비교를 하면서 동시에 구매력지수로 환산을 하게 되면 변수가 2개가 되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없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G7 나라 가운데 구매력 지수가 가장 낮다. 구매력지수로 환산해서 버드와이저 캔 맥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면 이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다. 애초에 가격이 정확히 같더라도 구매력지수로 환산하면 가장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샤넬 립스틱은 애초에 프랑스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1.55배나 높다. 샤넬 립스틱을 정확히 똑같은 가격에 판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인도 사람들에게 훨씬 더 비싸게 느껴질 것이고 짐바브웨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비싸게 느껴질 것이다. 당연하면서도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샤넬 립스틱이 짐바브웨에서 가장 비싸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소비자원의 엉터리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면서 모든 언론이 똑같은 실수를 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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