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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방통위 고유 업무 이양 요구 파문
<아이뉴스24>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내부 인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까지 방송통신위원회 고유 업무를 이양해 달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이 요구하는 업무는 해당사업자 등 민원인의 편의나 방송통신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이양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따라 방통위가 출범 초기 조직 안정화에 신경쓰는 사이, 정부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산하 산업·건설실무위원회는 오는 28일 정부중앙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방통위 소관 유선방송사업 및 전송망사업에 관한 사무 14건(케이블TV사업자 인허가 업무)과 ▲방통위 소관 무선국 개설신고 등에 관한 사무 21건의 지자체 이양여부를 상정한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케이블TV사업자 인허가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허가하게 돼 있다. 무선국 관리 업무 역시 방통위가 지식경제부 산하 지방체신청에 위임위탁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기반한 지방이양추진위에서 이양이 결정되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도 등으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 케이블TV허가권에 대한 지방 이양은 옛 정통부 시절에도 요구받았지만, 심의보류돼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 지방이양추진위 회의에 다시 상정되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지자체 이양 반대...행정비용 상승 우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케이블TV업계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해 방송통신융합 법제가 만들어질 텐데, 위성·IPTV·DMB와 달리 케이블TV업체(SO)만 14개 시도에서 인허가 받으라는 것은 IPTV 등과의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불합리하다"며 "TPS(통신+방송+인터넷)나 QPS(유선전화+방송+인터넷+이동전화)를 제공할 때 방송요금인가는 지자체에서 나머지는 방통위에서 받으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예전 구 방송위가 허가추천하고 구 정통부가 허가하던 게 방통위로 합쳐져 훨씬 효율적으로 인허가 업무 등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SO 시장은 이미 성숙돼 있어 새로 늘어나는 업무가 크지 않아 중앙부처에서 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16개 시·도로 케이블TV 관련 업무가 넘어갈 경우 수백억원의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방송규제의 통합성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송정책국 소속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조직개편에서 허가추천과 허가업무가 방통위로 통합돼 허가업무가 곧 실질적인 사업권 부여 역할을 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에 허가업무 등이 넘어가면 방통위의 방송정책권이 넘어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무선국 관리업무 지자체 이양도 세계적으로 전례없어
이와함께 지자체들은 기지국 허가 같은 무선국 관리 업무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융합정책실 소속 방통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무선국 관리 업무를 지자체에 넘긴 사례는 하나도 없다"며 "미연방통신위원회(FCC)만 해도 규제정책 업무와 관련된 허가, 검사, 민원처리를 위한 지방 조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조직개편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지식경제부 소관으로 된 만큼, 현재 체신청이 방통위의 위탁을 받아 무선국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공사화될 경우 무선국 관리 업무를 위한 지방조직이 별도로 요구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대해 "방통위 조직을 늘리자는 차원이 아니고 가장 행정효율적인 정책규제를 위해서는 민원인들을 위해 이와관련된 지방조직을 장기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조직재정비 '골몰'...방통위원장 리더십 요구
방통위 내부에서는 이같은 혼란을 잠재우려면 하루속히 방통위가 인사와 업무계획을 확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21일 열리는 행안부 인사위원회 회의에서 방통위 기획조정실장이 정해지면 곧 고위직 인사는 마무리되겠지만, 대변인 등 직제개정이 필요한 경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보고도 안 돼 있고 인사도 마무리 안 돼 조직이 혼란한 사이 다른 부처에서 방통위 업무에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날 지식경제부가 이동통신산업발전을 명목으로 휴대폰 단말기 업체 뿐 아니라 이동통신3사 사장을 부른 일을 비판했다.
이와관련 방통위는 6월 7일 이동통신업계 등 통신업계 CEO들과 만나 애로청취를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어 "정부조직을 바꾼 이유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의 규제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시중 위원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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