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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 2000년대 들어 연 40회… “안전한 곳은 없다”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19일 현재 중국정부 집계로만 3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재민은 480만명에 이른다. 중국의 이번 대지진으로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도 강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에 예외지역이 있을 수 없다”며 대응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한 곳은 없다”=대륙이동설에서 발전된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진은 지구 표면에 있는 10여개 지각판 간의 마찰저항이 약해져 갑자기 미끄러질 때 일어난다. 이 때문에 판 경계 부근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지진공포에 시달리는 일본은 유라시아·태평양·필리핀·북아메리카 등 4개 판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라시아 판 내부에 있다. 덕분에 대규모 지진의 위험은 적은 편이다. 기상청 민경식 지진관리관은 “판 내부에서는 지진 횟수·확률이 판 경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지진의 예외지역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에 비하면 안전한 편이지만 강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지진연구소 김소구 회장은 “지진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한국에도 꾸준히 지진이 있었고 서울 같은 대도시는 리히터 규모 5.0 정도의 지진만 발생해도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진수 지진연구센터장도 “우리나라는 큰 판으로 보면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더 세분화된 작은 판을 기준으로 하면 경계가 모호하다”며 “상대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976년 2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탕산 대지진은 판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이었고 쓰촨성 대지진 역시 판 경계와는 거리가 있다.
◇내진설계 비교적 안전=중국·일본과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도 20년 전 꽤 강력한 지진을 경험했다. 78년 10월 충청남도 홍성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0짜리 지진으로 건물 118동이 부서지고 1000여개의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2명이 다치고 3억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또 2004년 5월에는 경북 울진 동쪽 80㎞ 해역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기록되기도 했다.
홍성 지진을 계기로 한국도 지진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다. 78년 댐에 대해 리히터 규모 5.4~6.2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으며 86년 터널, 88년 건축물, 92년 교량, 2000년 항만시설·수문, 2004년 공항시설 순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2005년에는 댐과 수문의 기준이 상향조정됐고 같은 해 7월에는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의 대상이 ‘6층 이상 1만㎡ 이상’에서 ‘3층 이상 1000㎡ 이상’으로 강화됐다.
비교적 지층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고리·경주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99%’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소구 소장은 “원전은 일반 건물과 완전히 다르게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반암 위에 올려놓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지진은 “예상 불가능”=영화나 소설에서는 동물들이 지진의 징후를 포착하고 먼저 움직이지만 전문가들은 지진발생을 미리 아는 것은 현재 과학수준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신 센터장은 “일부에서 동물들의 탈출 등을 언급하지만 이는 결과론일 뿐”이라며 “이번 중국 쓰촨성 대지진도 전혀 예후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소구 소장 역시 “지진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며 “지진에 대한 예후라고 나오는 것들은 모두 비과학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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