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나

 남의 흰머리는 조기 노화의 탓, 내 흰머리는 지적 연륜의 탓.

 남이 천천히 차를 몰면 소심운전, 내가 천천히 몰면 안전운전.

 남의 남편이 설거지하면 공처가, 내 남편이 설거지하면 애처가.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것은 줏대없는 일이다.

 남이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고, 내가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 서리

 어느 시골 교회의 터가 넓어서 여러 가지 과실수를 심어 놓았는데, 이른 가을철만 되면 채 익지도 않은 감, 사과들을 몰래 따먹으러 오는 동네 개구쟁이들 때문에 교회목사님이 크게 골치를 앓았다.

 24시간 내내 지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냥 따먹게 내버려둘 수도 없고 해서, 그 개구쟁이들의 양심에 호소하기로 마음을 먹은 교회목사님이 하루는 다음과 같은 팻말을 만들어 꽂아 놓았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다 보고 계십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목사님이 "이젠 별일 없겠지!"하고 그곳에 가보았더니 과일은 과일대로 없어졌을 뿐 아니라, 그 팻말 아래 다음과 같은 글이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분은 절대로 비밀을 지켜 주십니다."



 ★ 엄마의 건망증

 엄마는 실컷 수다를 떤다. 그 순간 아차차….

 "얘, 잠깐만 기다려, 가스불 끄고 올게."

 엄마는 자신의 영민함에 뿌듯해 하며 가스불을 끈다. 그리고 나서 아까하던 김장 30포기를 마저 한다. 엄마는 그렇게 또 한 명의 친구를 간단히 잃어 버렸다.
by 100명 2008. 5. 1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