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체계,더 늦기전에 고치자] ⑥ 정보보호 전문인력 확충 시급

기사입력 2008-05-18 15:57
지난 2월 1081만명의 고객 정보를 해킹당하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국내 최대 인터넷쇼핑몰 옥션은 개인정보를 관리, 보호하는 보안전담팀이 없었다. 사고가 터지자 옥션은 뒤늦게 보안전문가 4명을 영입, 보안전담팀을 만들고 보안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같이 정보보호책임자(CSO)나 보안전담팀을 두지 않은 것은 옥션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CSO를 두고 있는 비중은 해외기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판이다. CSO나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를 두고 있는 국내 기업은 각각 6.4%와 10.9% 정도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정보보호 문제를 경영상 중요한 ‘리스크(위험요인)’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옥션의 해킹 사고, 하나로텔레콤의 600만 고객정보 유출 사건 등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지면서 기업들도 정보보호 문제를 중요한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보보호인력, 전체 IT인력의 4%에 불과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할 국내 정보보호 전문인력은 충분한가. 정보보호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정보보호 인력은 총 3만여명. 전체 정보기술(IT) 인력 69만명의 4%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우리나라가 한 해 쓰는 IT 정보화관련 예산(2008년 3조5000억원)에서 정보보호 관련 비중도 4% 정도에 그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정보화 관련 예산의 9.2%인 60억달러 정도를 정보보호 분야에 쓰고 있다.

정보보호진흥원 유진호 홍보전략실장은 “사이버 재난의 99%는 ‘인재(人災)’”라면서 “개인정보 유출,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새로운 유형의 해킹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해 정보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보안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정보보호인력 수요는 예전에 비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정보보안에 손 놓고 있던 기업들도 보안전문가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찾는 인력은 정보 침해 위험을 분석, 대응하고 개인정보를 관리, 정보보호 전략을 수립하는 전문가다. 또 디지털 증거를 수집·분석해 법원에 제시하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이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교육시스템 절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기업들이 원하는 숙련된 보안전문 인력 양성이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해커로 활동하는 숨은 인재들을 발굴,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이들이 국가 정보보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울러 초등학생 때부터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조기교육도 확대해야 한다. 또 정보보호진흥원이 운영 중인 ‘정보보호전문가(SIS)’라는 국가공인 자격제도를 활성화해 이를 많은 기업들의 인력채용 시 가점을 주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정보보호진흥원 지상호 동향분석팀장은 “국가 차원에서 정보보호에 관해 높은 숙련지식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 훈련으로 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며 “또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18.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