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국민 이해 높아지면 해결” 정윤 과학문화재단 이사장

기사입력 2008-05-18 09:27
“이공계 위기요. 인류 공통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높아진다면 자연히 해결됩니다. 그 중심엔 과학이 있으니까요”

지난 9일 한국과학문화재단 제2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윤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18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최근 국제기구들과 선진국들의 현안은 질병, 에너지, 환경, 식량, 기후변화, 우주해양 등이 인류 공통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을 해결할 방법은 과학기술의 발전 뿐이며 이를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신산업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창출될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젊은이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우수한 인재는 자연히 이공계로 몰릴 것이며 과학문화재단이 앞으로 이런 일의 중심에 서려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를 만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들어본다.

― 취임 소감은

▲26년간 공직에서 과학기술행정을 했다. 이런 경험과 지식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과학문화사업은 과학기술진흥사업의 한 축이다. 모든 역량을 다해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향상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과학문화활동이 왜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나라 과학문화활동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과학경쟁력이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다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과학이든 경제든 선진국은 국민이 이해하고 참여하는 수준과 그 발전 수준이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은 세계 5위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 의식과 참여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짧은 기간에 성장을 추구하다보니 우선순위에 밀렸기 때문이다.

최근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논란을 봐도 과학문화수준 향상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정부와 국민들이 명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본다. 또 수많은 루머와 괴담이 있다.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에 대한 이해 만큼이나 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 최근 우리나라 과학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위기라고 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나 창의력 부족이 많이 얘기된다. 이공계가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학생의 지원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직접 심어주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국제기구와 선진 각국은 질병이나 에너지, 환경, 식량, 기후변화, 우주해양 같은 인류 공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이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방법은 과학기술의 발전 밖에 없다. 이를 먼저 해결하는 국가는 그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진로는 미래 예측에 따라 좌우된다. 앞으로 비전 있는 분야가 과학기술에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우수한 인재는 자연히 이공계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옛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와 통합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문화재단도 과학창의재단으로의 개편 논의가 있다. 어떻게 준비중인가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했다. 현재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기능에 창의적 인재육성 지원을 위한 조사 연구 및 정책개발, 과학교육과정 및 창의적 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 분야가 새롭게 추가될 것 같다. 새정부의 큰 목표중 하나도 첨단기술개발과 우수인력 확보에 있는 만큼 많은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과 교육이 연계된다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

― 한국과학문화재단을 어떻게 이끄실 생각이신지

▲정부와 민간에서 진행되는 연구개발과 과학문화활동이 연계돼야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정책과 제도를 알아야 지원을 잘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내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에너지나 우주 등 기초·원천분야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물론 청소년 인력양성을 위해서도 힘쓸 것이다.

한편 재단 내부 운영은 좀더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학문화재단은 국가기관인 만큼 더 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하던일을 계속 하는 것과 늘 새로운 고민을 하는 것은 성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외부 전문가의 자문도 되도록 많이 참고할 생각이다. 국내외 동향과 우리의 여건 등을 먼저 면밀히 분석한 후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는지 고를 것이다. 지금까지 양적 팽창에 주력했다면 이젠 질적으로 도약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좀더 구체적으론 △문화창달의 고급화와 선진화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과 과학기술의 연계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문화예술간의 융합 등에 힘쓸 생각이다.
by 100명 2008. 5. 18.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