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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바이러스 급속 확산 인터넷 통해 중국인 역사 왜곡 ‘세뇌화’ … “고구려 중국사” 확대 재생산 단계로 넘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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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학자들의 ‘담론 차원’을 넘어 인민에 대한 ‘세뇌화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5년간의 동북공정 사업기간이 ‘부팅’ 단계였다면 지금은 ‘바이러스 실행파일’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의 e메일 주소록을 뒤져 무차별적으로 바이러스 첨부 e메일을 전송해 컴퓨터를 감염시키는 ‘님다 바이러스(nimda virus)’처럼. 중국 학계가 논증, 분석을 통해 생산한 동북공정 이론이 지방정부와 박물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일반인에게 확산되고 있다. ‘세뇌화 후폭풍’도 예고된다. 중국 포털사이트 톈진구이빈왕(天津貴賓·www.tjvip.cn)의 시대별 역사 코너. 중국 삼황(三皇) 시대부터 신해혁명까지 역사 설명과 함께 등장하는 지도 가운데 당나라 지도에는 신라를 제외한 고구려, 백제가 당나라 영토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박스 안 지도 참조). 현재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일부 지역도 당의 영역이며, 동북아시아에서 당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발해는 빠져 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술관(Minneapolis Institute of Arts)에 있는,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길게 뻗은 당나라 지도와는 대조적이다. 진나라 지도에도 진시황제가 축조한 만리장성이 현재의 북한 영토에 걸쳐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랴오닝(遼寧)성 박물관에 내걸린 전국시대 초기 지도는 한반도 북부까지를 영토로 표시해놨다. 만리장성이 북한 청천강과 대동강 하구에까지 이르렀다는 주장과 함께. 이 지도는 중국 역사 교과서에도 실려 ‘고조선사=중국사’로 인식하게 만든다. 고구려가 당의 침략을 막기 위해 천리장성을 쌓을 때 동북쪽 끝에 만들었던 용담산성의 현재 안내간판에는 ‘고구려 사람은 결코 조선인이 아니다(高句麗人幷非朝鮮人)’라는 말이 적혀 있다. 지린(吉林)시에서 약 7km 떨어진 이 산성은 중국이 2004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곳. 지린성 정부는 ‘고구려는 상나라 사람들이 건국했거나 상나라 사람들이 중원 정복 전후 동북쪽으로 옮겨간 지파’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주선양 총영사관은 이 안내간판이 우리나라 정부의 항의로 총 6개 가운데 4개가 철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김현숙 박사(고구려사)는 “동북공정은 논리적 근거와 관계없이 중국인 머릿속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그들의 역사인식을 왜곡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동북공정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안내문이나 박물관 패널 등을 통해 ‘고구려는 중국사’라는 역사인식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등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동북3성 가운데 고구려와 발해 유적이 가장 많은 지린성 퉁화사범학원이 주축이 돼 여러 연구기관들이 집중 연구하며, 현재는 지방정부와 기관 또는 대학으로 옮겨져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동북공정 연구결과는 학술잡지 ‘동북사지(東北史地)’에 실려 확산되고 있는데, 이 잡지사 사장은 중국 공산당 지린성위원회 선전부 부부장인 지아푸여우(張福有)다. 국방대 안보대학원 유동원 교수(중국 전공)는 “권력의 정당성이 약한 중국 정부로선 (동북공정 인식 확산이) 싫진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정체성 결집 도구로 만든 동북공정이 누리꾼(네티즌)들을 통해 통제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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