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연 재앙‘지구촌 경제’ 흔든다
자연재해는 국가적 손실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큰 경제적 피해를 안겨준다. 농업·공업 부문의 손실은 경제 성장률을 저하시키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투자는 경제 성장을 위한 생산적 투자 효과를 감소시킨다. 지구촌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 피해의 도미노 현상을 막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호를 통해 복구 및 재건을 돕고 있다. 지난 3일 발생한 미얀마 사이클론 ‘나르기스’와 12일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을 계기로 자연재해와 돈의 관계를 조명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얼마 = 자연재해로 인한 지구촌의 피해는 2000~2005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독일 재보험사 뮌헨 레 그룹이 매년 발표하는 재해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지난 2004년은 2만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등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2003년의 2배를 능가하는 1500억달러에 달했다. 2005년은 미국 뉴올리언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파키스탄 지진(18만명 사상) 등 큰 재앙이 겹쳐 손실액이 2200억달러로 절정에 달했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48%나 차지하는 것으로, 1980년대(GDP의 0.17%) 1990년대(0.27%)와 비교하면 자연재해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2006년에는 500억달러로 줄어들었으나, 2007년 유럽 한파와 영국 홍수 등으로 750억달러로 증가했다. 2008년에는 미얀마 사이클론과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피해액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 구호 기금은 얼마나 모였나 = 쓰나미 참사는 전 세계에서 120억달러의 돈을 움직였다. 각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70억달러를 지원했고, 개인과 기업이 50억달러를 기부했다. 카트리나 참사 때는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에서만 무려 8억6730만달러 이상의 돈이 모였다. 구호 기금의 상당부분은 전력, 상하수도, 도로, 철도, 학교, 병원 등 인프라 시설을 재건하는데 투입된다.
재난국으로서는 ‘절박한’ 상황에서 더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최대 목적. 그러나 복잡한 행정절차와 관료주의로 약속한 구호 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카트리나 참사 때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8억5400만달러의 재해지원금을 약속받았으나, 재건을 위해 실제 사용한 돈은 4000만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부 동맹국들은 지원금 약속을 철회했고, 일부는 적십자사같은 단체로 방향을 돌렸으며,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지원금 접수가 지연되기도 했다.
기부금이라고 다 받는 것도 아니다. 카트리나 참사때 미국 정부는 정치적 대립 관계에 있는 쿠바 정부의 의료진 지원 제안과 베네수엘라 좌파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원조를 거부했다.
◆ 구호에 드는 비용은 = 구호 작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쓰나미와 파키스탄 지진에 긴급 구호대를 파견하는데 쓴 돈은 총 7억2500만원. 해외긴급 구호는 지난해 10월 공포, 시행된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주관한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원활한 수행을 위해 관계 행정기관장과 협의해 긴급구호대를 편성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실무를 담당한다. 파견 규모와 관련해서 특별한 규정은 없으나, 중앙 119소속 구조대가 해외에 구조 요원을 보낼 수 있는 총 인력풀은 60명선. 그 중에서 즉시 출동이 가능한 인원과 국제사회의 동향을 파악해 파견 규모를 결정한다.
파견에 드는 비용은 파견 지역과 구호단(구조대, 의료진, 복구지원 봉사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따라 유동적이다. KOICA에 따르면, 쓰나미때는 태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에 긴급구호요원 98명을 파견하는데 49만7573달러(5억1772만원)가 들었고, 파키스탄 지진에 구호 및 의료 인력을 보내는데는 19만9369달러(2억744만원)가 소요됐다.
◆ 구호 기금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자인 스티븐 레빗과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을 공동 집필한 뉴욕타임스(NYT)의 스티븐 더브너 기자는 최근 칼럼을 통해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의 경우 많은 국제 구호기금이 모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장의 근거는 뉴스 보도의 양과 기부금 모금이 비례 관계에 있다는 통계. 미시간대의 윌리엄 데이비슨 정책연구소는 재난과 관련한 보도가 1분 더 노출될 때마다 구호 단체의 성금이 평균 13.2%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신문에 싣는 700단어짜리 기사는 하루동안 성금액을 18.2%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쓰나미때 영국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의 집중 취재로 유엔은 유엔 역사상 가장 빠른 시일인 10일안에 필요한 복구 기금의 80%를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세계적인 재난이 기부자들과 언론의 관심을 얼마나 끄느냐도 변수. NYT는 미국 언론들은 현재 대통령 선거 보도에 주력하고 있고, 미얀마가 세계 지도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의 기부는 쓰나미때 19억2000만달러였던 반면, 파키스탄 지진때는 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 속지 않고 기부하는 법 = 큰 재난일때일수록 속임수로 돈을 벌려는 가짜 구호단체들이 성행한다. 성금 지원을 강요하는 전화나 e메일은 무시하고, 생소한 이름의 자선단체일수록 속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부하려는 단체가 실제로 직접 재난 구호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인터넷 등을 통해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