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TM중단 - 편법인가 해법인가?

지난 8일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하나로텔레콤(이하 하나로)의 조신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텔레마케팅(TM)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터져나오는 고객정보유출 사건 속에서 언론이 이러한 업체의 해명 혹은 대책 내용이 어떤 허점을 내포하고 있는지 충분히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업체 측의 보도자료와 회견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지 않은 의문을 갖게 된다.

고객정보유출 업체 해명 그대로 보도?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정책위원
도대체 “텔레마케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뜻이 무엇인가? 필자에게 코멘트를 받기 위해 물어온 어느 기자에게 “그것은 하나로 측이 절대로 현재의 약관은 바꾸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약관이 불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해 주었다. 현재 하나로 측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의 약관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에 있다. 지금도 하나로 약관에는 ‘수학교실’이나 ‘안경점 관리’, ‘미용실 관리’ 처럼 원래의 서비스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게 고객정보를 넘기는 데 동의하게 되어 있다.

하나로 측은 이러한 서비스들이 고객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정보통신망법 제24조의 2)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관한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고, 즉 “취급위탁”(정보통신망법 제25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 측이 문제의 약관을 만든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이 이 약관의 불법성과 함께 불법적으로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넘긴 것을 적발한 것을 포함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하나로 측은 현재의 약관을 고치게 되면 자신들의 약관이 불법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 되어 현재 쏟아지고 있는 소비자피해소송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마케팅을 중단하지 않고서는 고객들의 마음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복잡한 현실인식 속에서 텔레마케팅 일시중단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초기부터 “마녀사냥론”을 내세우며 기업보위에 나섰던 일부 언론의 굴절된 시각을 생각하면, 이 같은 편법이 중대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피해소송 움직임에 대하여 “소송잔치”니 “보상금파티”니 “로또 소송”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사익을 위한 소송으로 기업의 도산이나 사업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를 펼치는 일부 언론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어 꼭 한마디 하고자 한다.

광고주와 독자 사이 균형감각 유지해야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소송에 의한 소비자 피해구제제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600여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만 명의 소송인단이 구성되면 소송대리인은 1만 명의 소장을 작성해야 한다.

이들이 승소했다고 해서 나머지 599만 명의 피해자가 자동으로 피해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 경우에도 599만 명은 별도 피해보상소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해보상도 업체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징벌적인 수준으로 책정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문제가 된 기업이 “소송결과를 겸허히 기다”리겠다는 “자신감에 찬듯한” 말까지 하겠는가?

피해소비자는 언론사에 큰 광고를 내지는 못하지만 엄연히 독자이다. 언론이 광고주와 독자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이라도 유지해 주기라도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by 100명 2008. 5. 16.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