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MB 말줄이고 귀열다…"국민과 소통부족" 외부접촉 늘려 | |||||||||
"친박 복당 스무드하게 처리돼야" | |||||||||
정 장관이 대답 대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국무총리 담화문 내용을 수용키로 했다"고 보고하자 "그거 참 잘된 일"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유인촌 장관을 향해 "지금 농림수산식품부가 여러 가지 일로 힘든 일이 많을 테니 홍보 같은 부분은 문화관광부에서 좀 거들어 주라"고 했다. 또 주변을 돌아보며 "내 소관이 아니더라도 각 부처 국장들은 쇠고기 문제 같은 경우는 다 내 일이라 생각하고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달라졌다.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그간의 꾸짖고 질책하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파동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말하는 정치'에서 '듣는 정치'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보다 누그러진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고문단과의 만찬에서 "강재섭 대표든 박 전 대표든 작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모두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고 성공한 정부를 만들자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와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고 당내 화합에 전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복당문제에 대해 "스무드하게(부드럽게)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그동안 "당이 알아서 할 사안"이라고 말해 온 것과 차이를 보였다. ◆ 잇따른 외부인사 접촉 눈길 지난 1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당 운영을 협의했다.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일단 귀를 여는 자세를 취했다. 이날 저녁에는 전직 언론인들을 초청해 '쓴소리'를 들었다. 지난 12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메시지를 통해 "불상위(不相違)의 정신을 마음에 담아 항상 국민의 뜻을 살피고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13일 저녁에는 한나라당 고문단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조언을 구했다. 최근에는 박희태 김형오 홍준표 의원 등 중진들과도 조찬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정병국 의원과 진성호 강승규 당선자 등 소장파를 불러 현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임 초에는 전화통화를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부쩍 식사를 같이하는 일정이 잦다"고 전했다. 지난 8일 기자단 오찬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은 범정부적 홍보기능이 없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도 총리가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히 조직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업무에서 잘해 나가면 그렇게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기능과 국정홍보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대통령이 절감하신 것 같다"면서 "기존 기능을 보완하기에 앞서 본인이 직접 챙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달라진 리더십…그 배경은 이 대통령의 이런 변화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외부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라인에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기 때문에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교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정무라인을 포함한 여러 채널의 건의를 취합해 대통령께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채널보다는 그동안 주변의 여러 사람을 통해 말을 줄이고 듣는 시간을 늘리라는 조언을 꾸준히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모든 시시콜콜한 사항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본 전문가들은 "한 분야에서 20~30년 공부를 해왔지만 대통령에게 보고할 시간은 기껏 5분 정도이기 때문에 밤새 고민해서 말한다. 그런데 대통령 말씀만 길어지고 전문가가 발언할 시간은 1~2분도 안 되면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지적을 한다. ◆ 역대 대통령 설화(舌禍)의 교훈 주변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말이 많았지만 말을 많이 해서 이득을 본 경우는 별로 없다는 지적도 한다. 단순히 말의 양(量)이 문제가 아니라 각본에 없는 불필요한 말을 하다가 화를 자초하기 때문이다. 달변가로 소문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즉흥 연설이 대표적이다. 2004년 '탄핵역풍'을 타고 17대 총선에서 승리한 뒤 청와대 녹지원에 외교사절을 초빙해놓고 "나는 예수처럼 부활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해 참가자들을 경악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노 전 대통령은 "본국에 보고할 때 한국언론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내 참모들한테 물어서 보고해 달라"는 조크도 했지만, 외교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도 취임 이후 상당히 발언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관료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디테일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며 "하지만 장관, 수석들이 큰 그림을 제쳐두고 작은 전봇대를 뽑는 데만 몰두하게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