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정부의 쇠고기 ‘수입중단 권리’ 인정?

한국 정부 기존 해명 되풀이...위험 입증 책임 고스란히 한국 정부에

변정필 기자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가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은 GATT 20조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할 경우, 한국이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위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이 규정에 의거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 성명을 미국이 사실상 한국측의 수입중단 권리를 받아들인다고 한 것으로 해석하고, "지난 담화문의 내용이 통상 마찰로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 정부가 수용한 것이기에 잘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슈워브 대표의 성명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국회에도 내용 자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위생검역협정 상에서는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제무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슈워브 대표의 성명을 국제무역사무국(OIE)이 미국의 지위변경을 하지 않더라도, 광우병 위험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수입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해석해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기존 한국 정부 해명 되풀이

그러나 12일 발표된 미국 정부의 성명은 그 동안 한국 정부측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국회 청문회에서 FTA(자유무역협정) 등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할 때 서문이나 앞부분에 이 협정이 GATT의 테두리 내에 있다고 언급하며, 양자 간 협정의 상위에 GATT 협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김종훈 본부장은 "우리 헌법 체계상 국내적으로 GATT 20조에 근거해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밝혔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자유무역협정) 교섭 대표도 8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면 GATT 규정을 원용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런 정부측의 설명에 따른다면, 수전 슈워브 대표의 GATT 20규정을 인용한 성명은 사실상 아무것도 변한 점이 없다는 것을 다시 되풀이 하는 셈이다.

한편, 지난 6일 슈워브 대표가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으며, "한국의 반대여론은 극단적으로 감정적이며,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GATT 20조 원용해도 한국 측에 위험 입증책임

성명에 불과한 입장표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협상문을 통해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GATT 20조 규정에 따라 쇠고기 중단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

강기갑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마치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발생하면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로써 재협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GATT 20조 규정만 가지고는 양국간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광우병이 발생했더라도 한국으로 수출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할 경우, 여기에 대한 '과학적' 입증 책임은 고스란히 한국 정부의 몫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야기 하듯이 한국 정부의 '수입중단' 조치는 사실상 무력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수입중단 조치가 장기화 되게 되면 명문화된 위생조건 위반으로 통상 분쟁으로 비화되어, 무역 보복의 위험을 고스란히 한국 정부가 안을 수 있다는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미국 정부의 성명을 한국 정부의 의지대로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해석은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y 100명 2008. 5. 13.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