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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창궐지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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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 등 대도시로 확산되는 가운데 12일 송파구 문정₩장지 지 구에서 오리₩닭 등을 살(殺)처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오리까지 폐사… 상시화·토착화 가능성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이 인체 감염 우려가 있는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공격을 받고 있다. 따뜻한 4~5월에 동북아 국가들이 동시에 AI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연중 AI가 발생하는 동남아시아처럼 동북아도 AI의 상시 발병 지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추운 시기(11~3월)에 AI가 발생했었다. 연중 발생하는 동남아 지역의 AI 바이러스와는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 송파구 문정·장지 지구, 부산 해운대와 기장의 발병 사례까지 합쳐 총 40건의 고병원성 AI가 4~5월에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나라에 강력한 '변종(變種)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선 AI에 걸려도 잘 죽지 않던 오리가 최근에 집단 폐사한 것이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만일 높은 기온에도 창궐하는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될 경우 우리나라도 '연중 AI 발생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해외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이 없더라도 토착화된 변종 바이러스가 1년 내내 AI를 일으키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변종 바이러스 유입돼"
올해 발생한 고(高)병원성 AI가 지난 2003~2004년, 2006~2007년의 경우와 다른 점은 오리가 집단 폐사한 사실이라고 김창섭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말했다. 오리는 닭에 비해 AI에 강해 집단 폐사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대 교수(농식품부 AI 자문위원)는 "원래 AI 바이러스는 오리를 죽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오리를 죽일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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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바이러스의 악순환 우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특정 조류에서 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가 다른 야생조류나 사육조류에 전파된 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변화하는 악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는 AI에 걸리지 않던 조류에 AI가 발병할 수 있고, AI가 생겨도 죽지 않던 조류가 폐사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인체 감염 위협도 커진다.
중국은 이미 변종 바이러스 악순환을 통해 고병원성 AI의 상시화·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 4월 아키타·홋카이도에서 야생백조들이 고병원성 AI로 죽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농식품부 AI 자문위원)는 "중국에서 AI가 상시화·토착화된 것은 변종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 탓"이라며 "한국도 AI가 상시화·토착화되기 전에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진구에 이어 지난 11일 송파지역에서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AI가 발견된 송파구 문정ㆍ장지 지구 내 닭과 오리 8,000여마리를 시작으로 시내 외곽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ㆍ오리ㆍ칠면조ㆍ꿩 등 가금류와 유치원 및 초등학교 등 각급 학교의 자연학습장에서 학습용으로 사육하던 가금류 등 총 1만5,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과 서울.부산 등 대도시까지 급속히 번져 AI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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