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입국때 한국유학생은 X선 사진 들고 오세요"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영국 유학생은 영국에 올 때 X선 사진을 들고 오세요."

이제 영국에 입국하는 유학생들은 공항에서 결핵 검사를 위해 옷을 벗고 가슴 X선 촬영을 하느라 기분이 상하고 시간을 지체할 일이 없어졌다.

영국국경청은 최근 한국인 장기체류 입국자 중 유학생에 한해 본인의 X선 사진을 직접 들고 올 경우 바로 입국시켜 주겠다고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주영한국대사관이 11일 밝혔다.

영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을 결핵보유국으로 판정했다는 근거에 따라 6개월 이상 한국인 장기체류자에 대해 입국시 무작위로 X선 검사를 실시해왔다. 자국의 보건서비스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결핵 환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른 채 영국에 오는 한국인들은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갑자기 X선 촬영을 하는 곳으로 끌려가 옷을 벗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당혹스런 경험을 하곤 했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정모씨는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와 피곤한 상태에서 X선 촬영을 하느라 공항에서 몇 시간을 더 보냈다며 "주로 빈국 국민과 함께 줄을 쭉 서서 X선 촬영을 하는 데 가족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만을 접수한 주영한국대사관은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차례 서울 주재 영국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입국 심사장에서 X선 촬영을 하는 대신 한국에서 찍은 X선 사진을 휴대해 보여주는 방향으로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영국대사관을 통해 이 의견을 전달받은 영국국경청은 처음 ▲ X선 사진만으로는 본인을 확인하기 어렵고 ▲ 공항 의무관이 다시 X선 사진을 판독해야 하며 ▲ 한국만 예외로 인정할 경우 다른 나라들이 항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영국국경청은 이 문제를 재검토한 뒤 지난달 30일 유학생에 한해 본인의 X선 사진을 휴대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체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국경청은 그러나 유학생을 제외한 다른 장기체류자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영집 주영한국대사관 총영사는 "영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교민, 유학생, 주재원을 합해 4만명쯤 되고, 이 가운데 2만여명이 유학생"이라며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체류자들도 입국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영국 관계당국과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13.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