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중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티켓을 카페의 주문대에서 고르고 아울러 조각 케이크와 커피 한잔을 함께 주문한다.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거나 벽에 걸린 미술 작품을 둘러보다가 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들어간다.

극장 로비가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 생활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팝콘과 콜라를 들고 북적북적 서 있는 사람을 밀치며 영화 상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요즘, 영화만 달랑 상영하기보다는 다양한 문화 생활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극장이 늘어나고 있다.

◇"극장이야, 카페야, 갤러리야?"

극장 스폰지하우스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 광화문점에서 '스폰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에서는 매달 아티스트 1명을 선정, 이들의 작품을 극장 관객에게 무료로 보여준다. 이미 밥 장, 이버들이, 김지현, 김지은, 나난 등 젊은 작가 5명의 작품이 선보였다.

CGV 서울 압구정점도 로비에 정통 프랑스 디저트 카페 '씨네 카페(Cine Cafe)'와 국내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영화 관련 서적과 DVD, OST CD를 한데 모은 '씨네 샵(Cine Shop)'을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씨네 샵'에는 영화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작품을 추천해 주는 '씨네 큐레이터'가 대기 중이다.

이곳은 40~50대 주부 관객을 대상으로 전문가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GV 브런치 클래스'를 매달 열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4월 경기 안산 센트럴락점에 영화와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HD 플레이스테이션 상영관을 열었다. 이 상영관에는 대형 스크린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3와 게임용 24인치 모니터를 19대씩 마련해 놓았다.

롯데시네마는 또 인터넷서점 예스24와 함께 건대입구점, 홍대입구점 등에서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인(人)터뷰'를 열어 관객과 책 저자와 만나게 해준다. 이제까지 황석영과 김탁환, 전경린, 김주하, 신해철 등이 참여했다.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보세요"

천편일률적인 영화만 내걸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멀티플렉스 일부도 점점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는 4월 고전영화 전용관 허리우드 클래식이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상영작은 '벤허' '고교얄개' 등 추억의 작품이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또 영화 상영에 쓰였던 옛 극장을 뮤지컬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해 7일부터 댄스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 전용관으로 쓰고 있다.

씨너스는 서울 이수점과 파주 이채점에서 매달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예술영화 4편을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인 '씨네마 큐레이터 AT9 미니씨어터'를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3월에는 한국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 '우리학교' '판타스틱 자살소동' 등을 상영한 데 이어 4월에는 장궈룽 5주기를 기념해 '해피 투게더'를 재상영했으며 이달에는 이란 출신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대표작을 선보이고 있다.

CGV는 예술ㆍ독립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쥬'를 압구정점, 대학로점, 오리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관객 점유율은 상업영화 중심의 다른 CGV 상영관에 미치지 못하지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꾸준히 상영하고 있다.

CGV 압구정의 황인선 팀장은 "관객이 극장을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서 영화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13. 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