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심의 고삐 바짝 조여야

오후 10시. 깊은 밤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케이블 TV는 심야방송을 시작한다. 영화 채널을 중심으로 성인용 프로가 집중적으로 편성된다. 쯈 표시는 시청 제한 연령이라기보다 호객용 마크다. 채널마다 이 마크가 붙은 화면에는 관능과 쾌락으로 질펀하다. 남녀간 성행위 장면이 사실적으로 방영되고 신체의 중요 부위가 노출되기도 한다.

이 같은 방송이 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전 중에도 질 낮은 영화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채널에 따라서는 성인용품을 소개한다며 보기에 민망한 기구들을 클로즈업시켜 보여준 뒤 자세한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생활정보를 표방하면서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업방송의 전형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알몸 초밥' 프로는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윤리의 둑이 TV에 의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퇴폐적인 내용의 영상물이 우리나라처럼 가정 깊숙이 침투하는 문명국은 없다. 미국의 예를 들지만 미국은 자녀들에 대한 훈육 방식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맞벌이 부부를 둔 자녀는 이 같은 위험에 더욱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안방을 적신 이 타락의 물결은 나라 전반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결국 한 공동체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케이블 TV 프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섰다. 주요 케이블·위성방송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심의 책임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자체심의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케이블 TV는 접근의 폐쇄성을 이유로 사회적 감시의 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2008년 4월 현재 케이블 TV 가입자 수는 1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면서도 제도적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심의위는 방송사로 하여금 자체 심의를 강화하도록 요구함은 물론 이번 기회에 케이블 TV의 탈선에 대한 강력한 제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포르노에 버금가는 프로가 쯈 마크를 달고 안방에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by 100명 2008. 5. 13.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