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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가 그린 영정을 새 지폐 모델로 쓴다고?"
친일명단 포함된 김은호 화백 作 신사임당 영정, 지폐 모델 적정성 논란
![](http://file2.cbs.co.kr/newsroom/image/2008/05/09200929671_60200020.jpg)
안익태 선생이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면서 애국가 교체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나올 고액권 화폐의 표준영정을 그린 김 은호 화백도 친일 명단에 포함되면서 화폐 도안 교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나올 신사임당 5만원권 화폐.
지난 2005년에 이어 지난달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발표한 2차 친일명단에도 신사임당 표준영정을 그린 김은호 화백이 포함되면서 5만원권 화폐의 영정 교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은호 화백이 일제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내용의 ‘금차봉납도’를 그리고 창씨개명에 적극 동조하는 등 친일 인사로 파악돼 친일명단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이 일제 시대에 대표적인 친일미술단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미술가협회와 반도총미술전에서 주요 인사로 참가한 친일 미술인이라는 것.
◆ 화폐 영정 논의 원점으로 돌려야
김 화백의 친일명단 등재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 나라의 화폐는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화폐 영정 논의를 원점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이민영(24)씨는 “한 나라에서 쓰는 돈인데 친일행적이 있는 사람의 그림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며 “안 그래도 고액권 지폐를 만들면서 말이 많았는데 지금이라도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송지현(27)씨는 “한 나라의 화폐는 그 나라의 상징이고 얼굴인데 굳이 친일논란이 있는 사람이 그린 그림을 넣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그런 논란이 있는 것 자체를 깔끔하게 해결을 하고 가는 게 더 옳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일 논란 때문에 표준영정을 바꿀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박상준(33)씨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여러 논란이 있는데 친일의 한 측면만을 보고 그 화백이 그린 그림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화폐 발권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은 이미 지정된 표준영정 자체는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다만 “지정된 영정은 문화관광부의 소관이라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화폐 도안 자문위원회를 두고 친일 논란 지적을 감안해 각도나 옷 모양 등을 바꿔서 화폐를 만들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문위원들이 위조 방지 장치 등에도 관여 하고 있어 보안상 자문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신사임당 표준영정의 작가 친일문제 뿐 아니라 복식 두발 문제 등도 함께 고려해 5만원권 화폐 도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표준 영정 심사를 맡고 있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사임당 영정이 들어간 5만원권의 경우 한국은행 차원에서 새롭게 도안을 마련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며 “문광부는 국가 표준 영정을 제작하는 곳이 아니라 표준 영정 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 심사를 하는 기관”이라고 못 박았다.
◆ 화폐, 국가적인 자존심 걸린 문제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국가 표준영정의 3분의 1 이상이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친일 미술인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정부에서 반응이 없는 상태”라며 “국가적인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표준영정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 사무국장은 이어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 표준영정의 경우 친일미술인으로 알려진 장우성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을 시민단체와 관계 전문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체했다”며 “이후에 어마어마한 화폐 교체 비용을 들이기에 전에 표준 영정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 24억 5천 만장 정도 유통된 만원 짜리 돈의 표준영정을 그린 김기창 화백도 친일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친일 화가의 화폐 영정 교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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