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에 흔들리는 中수출 기업

서브프라임에 도산.지급유예 美기업 급증…누적채권 1000억弗돌파

중국이 ‘빚쟁이’ 미국 기업들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진 빚이 1000억달러(약 100조원)를 웃돌고, 특히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위기에 놓인 미국 기업들이 주요 부실 채무자로 지목됐다.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12일 중국 상무부 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해외 기업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외상이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매년 150억달러(약 15조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상의 주범은 미국이다. 중국의 해외무역수출회사들은 “과거에는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지에서 발생하는 해외 외상이 많았으나 올 들어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채무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도산이나 지급유예도 크게 늘면서 중국의 수출 기업들 역시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느끼고 있다. 외상이 대폭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채권이 휴짓조각이 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파산 법원이 판결한 많은 사건의 채권단은 대부분 중국이나 화교 기업들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제조기업들이 몰려 있는 저장(浙江)성에서는 약 1000개 기업이 미국 기업들의 부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저장 일부 지역에서는 올 들어 대미 수출이 큰 폭 하락하기 시작했다. 저장성 이우(義烏)시는 올해 3월 처음으로 대미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7% 줄었다.

저우지안(周紀安) 중국 수출신용보험공사 부사장은 “각국 금융기구의 긴축정책이 은행 자금에 의존해 오던 해외 무역업체에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자금 회전이 안 되는 많은 미국 기업이 도산을 선언했고 도미노처럼 협력 제조업체에 부담이 전가됐다. 도미노의 마지막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제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이 신용경색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 부채를 체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이런 선택이 악의적이냐 아니냐의 판단을 떠나 그들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점점 중국 기업들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12.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