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퍼날라도 명예훼손 될수 있어요"

기사입력 2008-05-10 08:11 |최종수정2008-05-10 10:31
"인터넷 게시판에 내가 직접 글을 쓰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글을 퍼나르기만 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방산고등학교 2학년 8반 교실.

'해피스쿨' 김혜성 법교육 전문강사의 말에 순간 교실이 술렁거렸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곧바로 이해했다. 손아림ㆍ최지혜 양은 "최근 광우병이나 독도 괴담이 떠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며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물론 사실이라도 개인의 사생활 관련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릴 경우에는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방산고교에서 진행된 이날 '해피스쿨'은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을 주제로 열려 학생들이 최근 민감한 사건 때문인지 귀를 쫑긋 세우고 일일이 메모까지 하는 등 분위기가 진지했다. 해피스쿨 캠페인은 매일경제와 법무부, 서울시교육청이 초ㆍ중ㆍ고 학생을 대상으로 법질서 체험교육을 제공해 청소년의 준법의식을 높여 주기 위해 진행하는 법교육 프로그램이다. 최근 사이버 괴담이 중ㆍ고생들에게 무차별로 확산돼 혼란을 주고 있다고 판단해 긴급하게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해피스쿨 강의를 맡은 김 강사는 인터넷상에서 아이들이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모욕죄, 사기죄, 명예훼손죄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는 "인터넷 공간은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오가고 정보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현실 공간에서의 명예훼손보다 사이버상의 범죄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수업 중간에 몇몇 아이들은 "내 글에 누군가가 욕을 써놔서 신고했다"라거나 "친구가 내 홈피를 해킹해서 비밀글을 퍼뜨렸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터넷 괴담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사이버 명예훼손'에 관한 특별강연에서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중기자>
그러면서도 김 강사가 "지금까지 악플을 한 번도 안 달아본 사람은 손을 들어 봐요" 하자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대여섯 명이 슬며시 손을 들었다.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아이들은 이번 강연을 통해 악플(악성 댓글)이나 불펌(타인의 글을 불법으로 복사) 등을 저지르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배웠다. 김진주 양은 "교과서로 법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구윤우 방산고등학교 교장은 "고등학교는 재량수업이 없어서 외부 교육을 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학생들에게 생생한 법체험을 시켜주고 싶었다"며 "사이버 괴담으로 학생들이 걱정됐었는데 학생들에게 왜 사이버상에서 법질서를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게 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법질서'를 주제로 찰흙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보는 이색시간도 가졌다.

해피스쿨은 올해 초에 신청을 받아 현재 21개 학교에서 법적인 책임의식과 대화ㆍ타협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체험형ㆍ토론형 법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법교육은 한국법교육센터에서 법교육 전문강사들이 맡았고 이번에 선정된 해피스쿨 학교는 11월까지 법교육을 진행한다.

◇ 해피스쿨 법질서 체험 학교(총 21개교)=△서울 망우초 △서울 대조초 △서울 신원초 △서울 양원초 △서울 장수초 △서울 중광초 △서울 석관초 △구리 장자초 △구리 동인초 △문성중 △문일중 △용강중 △한산중 △공진중 △송정중 △성지중 △대명중 △청담중 △은성중 △방산고 △성지고

매경ㆍ법무부ㆍ서울시교육청 공동
by 100명 2008. 5. 10.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