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버 공간에 도박장 차려 돈벌이

기사입력 2008-05-10 08:21
◆포털 권력 이대로 좋은가 (下)◆

"날 새는 줄 모르고 한게임에서 포커를 즐기다보면 하루에 10만~20만원 날리기 일쑤입니다. 집도 날리고 이혼도 했지만 도저히 포커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36세 직장인)."

"낮에 심심풀이로 한게임에서 고스톱을 쳤다는 아내가 저도 모르게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멀쩡한 주부를 상대로 도박장을 연 것과 뭐가 다릅니까(42세 자영업자)?"

고스톱과 포커 등 웹보드 게임으로 유명한 NHN 한게임의 안티(반대) 사이트들을 가보면 이러한 글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작했다가 패가망신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포털의 주요 수입원은 검색ㆍ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8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NHN은 네이버를 통한 광고 매출 외에도 한게임이라는 '꿀단지'를 갖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게임이 NHN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웹보드 게임은 한 번 개발하고 나면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매출의 상당 부분이 순익으로 잡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게임의 고스톱ㆍ포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사행성 여부다.

한게임은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무료로 나눠주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판돈이 큰 곳에서 여러 번 지고 나면 순식간에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게임은 아바타 구입을 통해 게임머니를 충전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어치 아바타를 사면 1억원어치 고스톱머니나 5조원의 포커머니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직접 돈을 받고 팔지는 않지만 엄연히 도박 판돈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게임을 통해 획득된 게임머니는 다시 현금화가 가능하다. 한게임 내에서는 게임머니의 거래는 물론 현금으로의 환전도 불가능하지만 소위 '환전소'라는 곳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인터넷 속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환전소는 수조 원의 게임머니가 있는 계정을 남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게임머니를 잃어 주고 이를 돈으로 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게임의 게임머니는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이 통용되며 이를 노리고 전문적인 꾼들도 게임에 많이 참여한다.

심준보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게임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은 바다이야기 사건이 마무리된 2006년 4분기부터"라며 "강원랜드 매출이 늘어난 시점과 비슷해 바다이야기 사용자들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관련 피해상담 건수는 2005년 2100건에서 지난해 3000건으로 증가했다. 상당 부분이 웹보드 게임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감독을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나섰다. 당장 규제를 하지는 못하지만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행성 논란 때문에 NHN이 아바타를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비즈니스 모델을 건드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며 "대신 환전문제 근절과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렬 건국대 교수는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포털의 광범위한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 사회의 지나친 인터넷 의존 현상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by 100명 2008. 5. 10.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