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인재 블랙홀…중소 콘텐츠 영역도 침범

기사입력 2008-05-10 08:21
◆포털 권력 이대로 좋은가 (下)◆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근무 여건도 좋아지면서 인터넷 분야 우수 인재들도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소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경력직원 200여 명을 채용한 NHN은 5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서류 접수에 몰려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도 500명이 넘는 인재를 모집한 NHN은 지난해 말 국내 직원이 2200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도 올해 100명 이상의 개발자를 충원할 계획이다. 연간 100~200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는 다음은 최근 연구개발(R&D) 관련 인원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에만 70여 명의 개발인력을 모집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가 급성장하면서 업계 우수 인력을 싹쓸이하던 방식을 요즘 포털업계가 그대로 하고 있다"며 "웹 2.0 이후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포털 때문에 인력 시장에 품귀 현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채용된 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정해진 보직 없이 놀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회사가 급히 인재를 충원했지만 신사업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같은 업무에 여러 명이 채용되면서 우수 인재가 썩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 1세대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우수 인력을 고임금과 좋은 환경을 무기로 NHN과 다음 등 몇몇 포털이 싹쓸이해 갈 경우 우리나라 벤처의 미래는 어둡다"며 "중소업체들도 살아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포털들은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영역으로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NHN의 경우 지식쇼핑이라는 이름으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열었다. 중소 인터넷 업체가 고만고만하게 영업해 오던 것을 포털이 단번에 시장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다음도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UCC 하나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판도라TV 등 중소업체들은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포털은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사업 영역에 뛰어드는 것도 모자라 이들의 돈벌이마저 방해하기도 한다. NHN의 경우 판도라TV 등 9개 UCC 동영상 공급업체와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받기로 하고 이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가로막았다. 이들 업체는 동영상 상영 전에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데 NHN이 이를 금지한 것이다.

또 SK컴즈는 싸이월드 콘텐츠 제공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과도한 결제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으며 야후코리아는 개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에 소스와 운영 매뉴얼 일체를 야후에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콘텐츠로 먹고사는 업체에 콘텐츠를 송두리째 내놓으라는 얘기다.
by 100명 2008. 5. 10.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