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용객 2만명도 안 돼 1000억 손실 국고로 메워야

기사입력 2008-05-09 01:28 |최종수정2008-05-09 01:34
[중앙일보 강갑생] 8일 오후 3시쯤 인천공항 교통센터 지하 2층의 인천공항철도 승강장. 여행가방을 든 승객 10여 명만 열차를 기다릴 뿐 승강장은 썰렁했다. 맞은편 승강장으로 막 들어온 열차에도 승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인천공항 윤영표 운영본부장은 “개통 후 1년 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은 풍경”이라며 “전국 주요 지점과 인천공항을 바로 연결하는 리무진 버스 노선이 60개나 돼 여행객들이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는 철도 이용을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를 타도 리무진 버스와 시간이 비슷한 데다 철도역이 여객 터미널에서 800여m 이상 떨어져 있어 승객들이 이용을 외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23일 민자사업으로 개통한 인천공항철도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1년간 이용객 수가 514만7000여 명으로 하루 평균 1만3700여 명에 불과하다. 공항철도를 개통할 때 예상했던 하루 평균 20만7421명의 6.4%에 그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올해 민자사업자인 인천공항철도에 적자 보전용으로 메워줘야 할 돈만 1000억원을 넘게 됐다.

◇부풀려진 수요 예측=국토해양부가 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주승용 의원에게 제출한 ‘인천공항철도 수요 현황’에 따르면 공항철도의 실제 이용객은 예상 수요의 6%대에 그쳤다. 지난해 3~12월 이용 승객은 하루 평균 1만3212명이었다.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12월도 1만4668명으로 예상치의 7.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예상 수입도 지난해 1151억원이 목표였으나 실제론 71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예상 수요(하루 평균 22만6642명)를 더 늘려 잡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예상 수요의 6.8%에 불과한 하루 평균 1만5337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공항철도가 맺은 협약이다. 정부는 2001년 공항철도와 민자 협약을 맺을 때 수입이 예상의 90%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모두 채워주기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올해 공항철도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책정한 돈만 1040억원이나 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부풀려진 민자사업자의 예상 수요를 검증할 장치가 없어 그대로 협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 맡긴 ‘수요 재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통 후 20여 년이 지나도 수요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역까지 모두 연결되는 2010년의 이용객을 하루 평균 49만여 명으로 잡았으나 분석 결과 27만여 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공항철도에 줘야 할 보조금도 2010년 1900억원, 2016년에는 2700억원, 2021년에는 3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민자사업자의 운영기간이 끝나는 2040년까지 4조~5조원을 정부가 메워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방안은 없나=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민자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적자 보전비율을 현행 90%보다 낮춰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박종흠 철도정책과장은 “민자사업을 포기하고 정부가 아예 사업을 인수해 국고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예산 관련 부처에서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연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건설은 국고로 하고 운영사를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인천공항철도=인천공항~김포공항~서울역 간 61㎞를 잇는 민간투자사업으로 2001년 착공했다. 총 사업비는 4조원. 1단계(김포공항~인천공항)는 지난해 3월 말 개통했다.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1시40분까지 왕복 107회 운행한다. 김포~인천공항 직통 요금은 7900원(연말까지는 3100원으로 할인), 중간에 4개 역을 정차하는 일반은 3100원이다. 2단계인 김포공항~서울역 구간은 2010년 개통 예정이다.
by 100명 2008. 5. 9.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