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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中 경제지표..긴축 완급조절할까?
- 인플레는 진정세..성장은 둔화...위안화 절상 속도 `감속` 전망
- 지준율·대출제한도 도마에 올라..금리인상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어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2월 8.7%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6월엔 7.1%까지 떨어져 중국 당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에 따라 강경한 긴축 통화정책을 고집해왔던 중국 정부가 정책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 둔화가 수출업체들의 성장 둔화에서 촉발된 만큼 그간 인플레 억제 수단으로 총애를 받아왔던 위안화 절상에 수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지급준비율 인상, 시중은행들의 대출 제한 등 긴축정책 카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 둔화가 확인된 만큼 가장 강력한 긴축정책 수단인 `금리 인상` 카드의 가능성은 그 만큼 낮아졌다. 물론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는 중국 금리 결정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 성장 둔화에 방점 둘까?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1%를 기록하며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증가율은 10.4%로 전년 동기 12.2%(이날 NBS는 지난해 증가율을 기존 11.5%에서 수정 발표) 대비로는 2%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다행히도 물가 상승률은 둔화됐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7.1%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 지난 1월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중국은 지난 2월 8.7%로 12년래 최고치의 물가 상승을 경험했었다.
중국 정부의 최대 근심거리였던 물가 상승률이 진정되는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되자 이제 경제 성장 둔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여태 애용해왔던 긴축정책 수단인 위안화 절상이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자, 절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위안화 절상기조 꺾이나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는 7.2% 상승, 수출 업체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결과 상반기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21.9%로 2007년 전체 25.7%에 비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중소기업 연합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올들어 중국 광둥성에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기업은 약 2만개에 달한다. 이는 이 연합에 가입한 기업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위안화 절상 기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는 내각인 국무원에게 위안화 절상을 늦추고 수출 환급세를 늘릴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국가발적개혁위원회(NDRC)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정부가 수출업체들의 타격을 우려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고 에너지 가격 통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렉 맥과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는 앞으로 최근과 같은 절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간(중국)의 징 울리히 회장도 "수출 부문 둔화가 중국 정부의 환율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면 수출 부문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품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 인플레이션 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위안화가 하반기 4% 추가 절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상반기 6%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NDRC는 이번주 이같은 정책 선회를 의논하기 위해 정부 부처들과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이 전세계적인 요구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내부적인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것은 곱지 않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 지준율 인상 `은행들 반기`..금리 인상 `미국 따라`
위안화 절상과 함께 긴축정책의 주요 수단이었던 지급준비율도 공격을 받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희생양이 수출업체였다면, 은행들은 지준율 인상에 따른 대출 능력 축소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이날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통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CBRC는 지급 준비율 인상이 은행의 대출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지준율 인상에 대해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둔화도 이같은 대응에 힘을 보태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대출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준율을 17.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지준율은 올들어 3%포인트 인상됐으며, 이로 인해 약 1조3000억위안(1910억달러)의 자금이 묶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결과 은행들의 지난달 대출 증가율은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홍콩)의 쑨 밍춘 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상으로 유동성을 통제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지준율 인상은 금융 시장을 압박할 것"이라며 "지준율을 가능한 수준까지 높이도록 강행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조치"라고 말했다.
물가가 진정된 것으로 나타난만큼 가장 강력한 긴축 정책인 금리인상에 대한 목소리는 작았다. 앞으로 중국의 금리 정책은 물가 수준보다도 미국의 금리 결정 여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홍콩)의 황이핑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미뤄왔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 시중 은행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출 제한 조치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넘치는 유동성을 제어하기 위해 대출에 엄격한 한도를 적용해왔다.
중국 건설은행의 자오칭밍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하반기 통화 정책을 미세조정(fine-tune)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대출 제한 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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