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보따리 장사에서 당당한 산업으로"

가요관계자들이 말하는 '한류, 뭐가 바뀌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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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역에서 왕성한 활동 중인 SS501(위)과 동방신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수들의 일본행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내 이미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그룹 신화의 전진과 이민우 신혜성 등이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으며, 동방신기도 지난 5일 일본 사이타마아레나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6월18일 일본에서 음반발매를 앞두고 있는 SS501은 일본 콘서트를 비롯해 태국, 중국 등을 도는 아시아 투어를 기획 중이다.

이는 최근 가수들의 '脫 한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물론 혹자는 이제 한류열풍이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다만 한류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이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류의 핵심에 서 있는 가수 및 가요 관계자들이 바라는 한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정부지원 절실하다."

"외국에 나가서 공연을 개최하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가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거에요. 중국이나 동남아를 갔을 때 시장은 넓은데 진짜 '맨땅에 헤딩'해야 하거든요. 운 나쁘면 현지 공연기획사에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요."

이 관계자는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관계자 역시 중국에서 공연사기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적잖은 가요관계자들이 "정부가 보증은 아니더라도 문화관광부와 중국 정부가 협의해 추천해주는 공연기획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기를 당해 해결을 하려고 할 때 중국 공안은 자국 공연기획사를 보호하기 위해 찾아오는데 우리 국가에서는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았다"며 "해외 공연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국민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상하이에는 문화영사관이 있어 자국 가수들의 공연에 많은 부분 관여하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제대로 된 공연장 마련, 시급하다."

역시 한류는 가수 혹은 배우 등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이제 공산품보다 문화가 더 큰 가치를 창조하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과 함께 많은 가요관계자들은 국내에 제대로 된 공연장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대공연을 하는 가수들의 경우 체육관을 개조해 공연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 팬과 국내 팬 모두를 수용하는 대공연을 하고자 할 때마다 기반 시설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매번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부도칸처럼 공연 전용 공간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면에서 너무 열악하다. 사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이 있다고 하지만 대중가수들에게 그 곳은 너무 닫힌 공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쉽게 말해 신부(가수)가 혼수는 다 장만해 놨는데 집이 없는 셈이다. 매일 월세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현 우리 가수들의 공연 현실을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기자와 만난 이승철은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다"며 "가수를 위한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류, 그동안 보따리 장사였다면 이제 산업으로 인정해 줘야."

"그동안 한류는 가수 각자가 맨땅에 헤딩하는 보따리 장사였어요."

한 제작자의 고백이다. 하지만 이제 한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산업으로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자국에서 보따리 장사로 취급받고 있는데, 어떻게 해외에 가서 정당한 대접을 받겠냐는 의미다. 한류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해외에서의 활동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슈퍼주니어, 에이스타일 등 한국인 제작자가 트레이닝 시키지만, 중국인·일본인 멤버를 포함한 글로벌 그룹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한 마디로 외국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렸다면, 이제 한국이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정부가 한류를 산업으로 인정하고 '아시아의 할리우드'인 한국을 문화 산업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힘을 보태기만 한다면 한국이 아시아 문화 강대국이 되는 것이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한류는 대한민국에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는 열쇠이다. 다만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몇년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금이라도 한류와 맞닿아 있는 가수 및 제작자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by 100명 2008. 5. 8.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