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인명피해 '눈덩이'...최소 10만명 희생(종합)

이재민 100만명 굶주림 극심, 구호 지원 '찔금'

국제사회, 軍政에 외부지원 전면수용 압박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의 미얀마 강타 6일째인 8일 일부 통신이 복구되고 생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서방국가 외교관은 미얀마 서남부의 곡창지대이자 인구 밀집 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에서 최소 10만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으며 미얀마의 한 지방 관리는 사이클론 상륙지에서만 8만명이 몰사했다고 증언했다.

기근과 질병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재민도 100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미얀마 군정은 여전히 외부 지원에 대해 문호를 전면 적으로 개방하지 않아 국제사회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 사망.실종 최소 10만명

미얀마 주재 고위 미국 외교관들은 사이클론으로 인한 희생자 수가 10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샤리 빌라로사 미얀마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에서 숨진 사람이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피해 지역의 건물 95% 가량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사이클론 상륙지인 라부타 읍내의 구청장인 틴 윈은 읍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63개 마을 가운데 수십개 마을이 통째로 파도와 홍수에 휩쓸렸다며 "지금까지 이곳에서 숨진 주민 수는 8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라부타는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으로부터 서남쪽으로 160㎞ 떨어져 있으며 이라와디 삼각주의 서쪽 초입에 위치한 외딴 지역이다. 나르기스는 2일밤 라부타에 상륙, 인구 밀집 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를 관통한 뒤 양곤을 거쳐 빠져나갔다.

앞서 니얀 윈 미얀마 외무장관은 "(이라와디 삼각주의 중심에 위치한) 보가레이(Bogalay) 한 마을에서만 1만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을 종합할 때 나르기스로 인한 희생자 수는 최소 10만명에 이르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얀마 군정은 국영TV를 통해 지금까지 사망자 수는 2만2천900여명, 실종자 수는 4만2천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었다.

◇ 생존자 목숨 '경각'

미얀마 국영TV는 진흙투성이 생존자들이 구조헬기를 타기 위해 진흙밭에서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임시 거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질병과 굶주림, 갈증에 맞서 사투를 벌이며 외부의 지원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리처드 호세이 대변인은 "이라와디 삼각주의 저지대 5천㎢라는 광대한 지역이 (사이클론이 닥친 지 6일째인) 지금도 침수 상태에 있다"며 "100만명이 넘는 이재민들이 애타게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군정당국은 고립된 이라와디에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으나 보급로가 거의 끊겨 이들 물품이 제대로 이재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사이클론 상륙지인 라부타의 고지대에서는 고아와 과부, 자녀를 잃어버리고 울부짖는 부모와 승려들이 삶의 의욕을 포기한 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며 지원이 절실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지방의 한 의사는 식수와 음식물, 의약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이재민을 위한 조직적인 지원이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군정, 외부지원 전면수용해야

미얀마 군정은 해외 구호인력의 입국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구호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군정은 7일 태국 방콕에서 대기 중인 유엔 재난조정팀 5명 가운데 아시아계 4명의 입국을 허가했지만 아시아계가 아닌 다른 1명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해외 구호요원이나 자원봉사자의 무비자 입국은 허용할 수 없으며 입국 허가 여부는 개별 협상을 통해서 결정될 문제라는 것이 군정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 등 국제기구의 활동가들 상당수가 비자를 받지 못해 인근 태국 등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AFP통신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러한 문제로 현재 22t의 긴급 구호물자가 미얀마 국경에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존 홈스 유엔 사무차장은 이날 구호요원 및 물자의 입국을 위해 미얀마 정부와 집중적인 논의를 벌인 결과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일부 유엔 요원의 미얀마 입국 허가 소식을 반기면서도 미얀마 군정이 구호요원 및 물자의 도착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신속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린 피츠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사무총장은 "미얀마 재난 대처는 아주 긴급을 요한다"면서 "군정은 더 늦기 전에 빨리 문호를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by 100명 2008. 5. 8.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