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와 양심 사이, 합리적 가격은?

[오마이뉴스 최영수 기자]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포털에서 '영화감상'이라고 검색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같이 검색을 하면 합법적인 영화 감상사이트와 함께 이러한 불법 다운로드가 행해지는 웹하드 업체도 같이 검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구 또한 자극적이다 '최신 영화, 게임, 드라마, 1원에 15MB 다운로드' 라고 버젓이 적어놓고 있다.

웹하드란 일정한 용량의 저장공간인 스토리지를 확보해 디스켓이 없이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환경과 함께 자신이 작업한 문서나 파일을 저장·열람·편집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인터넷 파일관리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러한 웹하드가 본래의 목적이 아닌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웹하드에서의 불법 자료는 이미 잘 알려진 소리바다나 프루나 같은 P2P 기반의 서비스와 달리 영화나 음악이 각각 사용자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업로드를 통해 각 서비스 업체의 하드디스크에 저장이 된다. 사용자가 P2P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용자들이 이렇게 불법 자료를 업로드 하는데는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서비스 업체는 다운로드시 3~15MB당 1원 정도의 요금을 책정해 다운로드 하는 사용자에게 부과한다. 이 때 이 요금의 10%는 업로드 사용자에게 현금성 포인트로 돌아가는 구조이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의 수입이 저작권자에게는 단 한푼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규제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음악파일 같은 경우 mp3파일 형태 자체를 업로드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 검색목록에 노출이 안 되게 막아놓는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공유가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용량이 더 커서 업체에 수입을 보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동영상류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편이다. 업체 측에서는 업로드된 자료의 삭제, 저작권 관련 공지 등을 자체 규제로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파일 이름을 조금만 바꾸어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에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책일 뿐이다. 예를 들어 영화 '데스노트'를 검색하려 한다면 '데.스.노.트' '데@스@노@트' 등으로 검색하면 검색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도 여전히 미온적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구본진)는 22일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의 고발에 따라 나우콤(피디박스, 클럽박스), KT하이텔(아이디스크) 등 8개 대형 파일 공유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처벌과 단속이 있다고 해도 사용자들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단속은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고 여전히 불법 복제는 성행중이기 때문이다.

웹하드 자체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업체의 영업 자체를 불법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이 익숙한 방식으로의 유료화 전환은 어떨까?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데 지불하는 평균 비용은 358원이다. 이는 극히 일부가 업로드한 유저에게, 나머지는 웹하드 업체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둘 다 정당한 귄리가 없다는 점이다. 이 수익을 정당한 권리를 가진 저작권자가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씨네21i(대표 김상윤)는 내달부터 웹하드에서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업무 계약을 17개 업체와 맺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에 웹하드를 통해 영화 1편당 300~500원의 패킷 요금을 결제하고 영화를 내려받던 이용자는 500~2000원의 콘텐츠 이용료를 더한 1000~2500원에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미 사용자들에게 익숙해진 다운로드라는 방식을 이용해 기존의 망을 이용하면서 정당하게 과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여기에 더불어 이제는 '편의성'까지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같은 사업은 사용자들의 '편의성'은 보장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300~400원을 지불하던 사용자들이 '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1000~2500원의 요금을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뒤따른다. 이미 많은 사이트들에서 편당 1천~2천원 정도의 요금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같은 비현실적인(?) 가격의 근거는 해당 영화들을 기술적으로 모두 자기들의 관리 하에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나 오피스조차 불법 복제되는 현실을 보면 이는 이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1∼2007년까지 불법 복제로 인한 전체 문화콘텐츠산업의 매출 손실은 20조8000억원, 고용 손실은 16만6000여명에 이르며 영화, 음악, 방송, 출판산업의 피해액은 2006년에만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단속과 규제로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이제까지 우리는 경험해 왔다. 더구나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동안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20조8000억원 가량은 제3자가 가져가고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저작권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노력을 먼저 강구해야 할 것이다.

by 100명 2008. 5. 8.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