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한국 해외입양 계속하길"

기사입력 2008-05-08 03:26 |최종수정2008-05-08 06:41
美입양아 살해사건뒤 '금지' 소문에 긴장 "아이에겐 국적보다 훌륭한 부모가 중요"

"저희는 입양으로 큰 축복을 받았어요. 한국이든, 외국이든 아이들에겐 가족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어린이를 위한 입양 어른들(Adoptees for Children)' 회원 9명은 지난 6일 보건복지가족부를 방문해 입양 담당 공무원을 만났다. 입양아 출신인 어른들이 입양 아동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수잔 콕스(56·미국 홀트 인터내셔널 부회장)씨가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우리가 그냥 고아원에 있었더라면 부모의 사랑이나 가족의 소중함 같은 건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 아이는 한국 양부모를 얻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외국에서라도 가족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외입양을 막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들 회원 중 미 우주항공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스티븐 모리슨(52·한국명 최석춘)씨는 "입양된 덕분에 나는 많은 기회를 누렸다"며 "혜택 받은 우리가 아이들이 가정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들이 복지부를 찾은 것은, "한국 정부가 해외입양을 금지시키려고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양아버지에 의해 살해된 한국인 입양아 네 남매를 위해 국내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았던 김성이 복지부 장관이 한 말이 와전돼 "정부가 해외입양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김 장관은 당시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했으나, 이것이 입양기관들에는 '해외입양 금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소식은 미국 등 해외에도 전해졌다.

그 뒤 복지부의 입양 담당 부서인 '아동청소년복지과'에는 외국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찾아왔다. 지난 4월 초 주한미국대사관의 영사는 복지부를 찾아와 "한국이 해외입양을 금지한다는 얘기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담당 공무원은 "아이들에게 가급적 국내에서 가정을 찾아주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영사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이해한다"면서 "다만 한국에서 가정을 못 찾은 아이의 경우에는 미국에도 훌륭한 자질을 갖춘 예비 부모들이 많이 있으니 국외 입양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며 "입양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부모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호주 정부의 입양 담당자가 찾아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복지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고아 수출국' 논란이 일었을 때부터 '국내 입양을 최대한 장려해 해외입양을 줄여 나간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해외입양을 금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입양 장려 정책은 입양기관들 사이에서는 '해외입양 억제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가령 해외입양을 추진하기 전에 적어도 5개월간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제도가 그렇다. 이 제도 때문에 2007년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입양 건수가 해외입양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매년 30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입양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로 입양됐다.
by 100명 2008. 5. 8.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