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내 아이디 847개 [고발에산다]

기사입력 2008-05-07 16:31 |최종수정2008-05-07 16:42


[쿠키 사회] 김모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에 조회하면, 847개의 아이디가 뜬다. 한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800개가 넘는 아이디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마구 떠돌아 다니면서 생긴 일이다. 이모씨의 아이디도 604개였다.

포털 사이트에 개인 아이디 8백개

터무니없이 많은 아이디가 만들어진 시기는 지난 2005년. 네이버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주민등록번호 하나에 아이디 생성 개수를 3개까지만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 담장자는 “가입당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해킹을 당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개인정보 유출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아이디 개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사자가 직접 문의해와야 유출 여부를 확인할수 있다”고 답했다.

김씨나 이씨의 사례는 정보 유출의 바다에서 물 한바가지를 떠본 것에 불과하다. 인터넷 검색 한번이면 중국사이트에 노출돼 있는 국내인의 개인정보를 수없이 찾을 수 있다.



한 게임관련 중국사이트에는 국내 한 대학교의 학부생 전원의 명단이 통째로 올려져 있다. 지난해 1월 게재돼 무려 1년이 넘게 노출돼 있지만, 해당 대학교도, 명단에 포함돼 개인정보가 노출된 학생들도 손쓸 방법이 없다.

노출된 개인정보는 대개 중국인들이 국내 게임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도용되고 있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재미있게 놀면 그만” “한번 써먹은 주민번호는 표시를 해달라”는 글을 달아놓았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국내 한 업체의 이벤트 수상자 명단도 있었다. 구글에서는 임의로 국내인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의 개인정보들이 연달아 쏟아져 나온다. 노출된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악용될 수 있지만 사실상 제재는 어렵다. 우리의 사법권이 중국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의 윤철한 부장은 “정부가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등한시 하고 있다”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촉구했다.

아이핀 도입, 안전한가

옥션과 하나로텔레콤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정부가 대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아이핀 제도를 제시했다. 아이핀은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임시 주민등록번호이다. 온라인 상에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아이핀 대체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핀을 발급받으려면 또 한번 사설업체에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해야한다. 아이핀을 발급받은 뒤에도 특정 사이트에서 아이핀을 이용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다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한다. 카이스트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는 “아이핀을 도입해도 결국 주민번호를 통해서 또 연결된다”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아이핀을 도입한 국내 사이트가 많은 것도 아니다. 현재 100여개 정도로, 이 가운데 민간 사이트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이를 대체한 아이핀 발급은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이승원 연구원은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정보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이같은 관행부터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7.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