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청문회, 안전성.검역주권 격론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논란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쇠고기 청문회'에서는 여야간 치열한 공수 대결이 펼쳐졌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쇠고기 협상을 `굴욕협상', `퍼주기'로 규정, 협상의 위헌 논란까지 제기하며 한목소리로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야권의 집중포화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규정, `광우병 괴담'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후속 보완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협상 내용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 대국민 설득 부족 등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채 `조건부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검역주권 포기 논란 =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질의자료에서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WTO가 보장하는 검역주권을 누리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 합의내용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관련 지위를 하향시킬 때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한 것으로, 한국측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제법상 권리를 포기하고 헌법상 정부의 국민보호의무를 포기한 이번 협상은 당연히 국회 동의를 얻어야만 효력을 가져올 수 있다"며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이뤄진 이번 협상은 위헌인 만큼, 협상 무효화를 위해 헌법재판소 제소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도 "정부는 국민여론을 두려워한 나머지 실제 합의문과 다르게 협상 내용을 관보에 게재,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 더욱이 1주일만에 타결시켜야만 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따져물은 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 포기는 제2의 `국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작성한 농림수산부 대외비 문건을 공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7개의 SRM(특정위험물질) 모두 제거, 내장 전체 수입금지, 사골뼈 및 골반뼈 제거 등 주요 협상 쟁점에 대해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농촌 출신의 한나라당 간사인 홍문표 의원도 "합의문에 30개월 이상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 허용 시기를 미국의 동물성 사료 규제 조치 `공표' 시점이 아닌 `발효' 시점으로 잡은 것은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밀려 부실하게 협상을 했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검역주권을 일방적으로 미국에 내 준 것"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쇠고기 안전성 공방 =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지난 3일 자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를 근거로 광우병 쇠고기의 안전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국민 75.1%가 국민건강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이번 협상을 반대했으며, 미국의 광우병 검역체계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80.1%가 불안하다고 답했다"며 "재협상 여론도 77.6%나 됐으며 60.5%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정치적 협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힌 뒤 "결국 축산 농가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정상회담 선물을 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미국 소비자들의 쇠고기 소비량의 90% 이상은 20개월 이하의 어린 소"라면서 "예일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 가운데 최소한 5%는 오진된 인간 광우병 환자라는 조사가 있으며, 피츠버그 의대 보고서는 오진 비율을 13%로 잡고 있다"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반입금지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도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먼저 전문가, 축산단체 등과 충분한 공청회를 거쳤어야 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같은 당 김형오 의원은 "근거없는 허위사실에서 시작된 먹거리 안전논쟁은 큰 사회적 후유증만 남겼다. 광우병 논란이 이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OTE 기준을 지나치게 금과옥조시 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안전한지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있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여론에 대한 배후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6일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현장에 뿌려지기 위해 작성된 유인물을 제시, "그 발행처가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청년 학생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한총련 등 주사파 연합"이라며 "광우병 파동의 배후에는 불순세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소수 선동자들에 의한 괴담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재협상 논란 = 민주당 간사인 김우남 의원은 질의자료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단호하게 고시 발효를 유보함으로써 오히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위생조건에 대한 농림부 고시 유보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한 결과, 수입 위생조건 등의 합의사안은 WTO 제소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고시 발효 연기는 WTO 규정 위반이 아니다"며 재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도 "현재의 미국 검역체계와 양국간 위생조건으로는 국민건강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신중식 의원은 "굴욕협상을 즉각 철회하고 재협상에 임해야 하며, 정부는 실효성 있는 농.축산민 대책을 게을리한 점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별법 발의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도 "OIE 결정 없이는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사실상 수입 중단을 할 길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재협상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정치권에서 재협상(재협의)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나 실제로 수입위생조건을 입안 예고하고 고시될 때까지 20여일간 의견수렴기간을 둔 것 자체가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내용에 이의제기 및 수정보완하려는 이유 아니냐"고 지적, 야권의 전면 재협상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재협의가 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조건부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도 "동물성 규제조치를 발효 시점이 아닌 공표 시점으로 재협의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을 중단하도록 미국측과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식품안전업무의 농림수산식품부로의 완전 일원화 ▲송아지 생산 안정제 현실화 및 지급한도 확대 ▲한우 부산물 공급 확대 ▲소 브루셀라 근절을 위한 살처분 보상비 100% 지급 등의 보완대책을 제시했다.

◇농림부 `말바꾸기', 전.현 정부 책임론 공방 =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지난해 4월 농림부가 OIE에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등급 상향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던 사실을 거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가 `싸고 질 좋다'며 갑자기 입장을 바꿔 광고까지 낸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어느나라 정부냐"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2005년 11월 농림부가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모든 연령의 소에서 SRM(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문건과 지난해 11월17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OIE 기준보다 엄격한 위생 조건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진 사실도 들어가며 공세를 이어갔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도 "정부가 지난해 5월 가축방역협의회와 전문가 회의를 통해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에 한해서만 수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불구, 30개월 이상까지 개방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야권은 정부의 `말바꾸기' 논란을 고리로 협상 책임론을 중점적으로 거론했고 청문회 후 정운천 농림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이토록 중차대한 문제를 장관이나 협상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협상의 결정 주체에 대한 해임 등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했다.

전.현직 정부간 `설거지' 공방도 전개됐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조건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에서 다 이뤄진 것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한 것일 뿐인데 마치 현 정부가 협의를 잘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협상을 잘못해 놓고 참여정부 책임론을 들어 뒤집어 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책임회피를 하려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by 100명 2008. 5. 7.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