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한 마을서만 1만명 참변

기사입력 2008-05-07 03:07
사이클론에 마을 통째 사라져 곳곳 시신 널려 현지 軍政 "사망 2만 2천여명·실종 4만여명"

"폐허로 변한 논두렁 곳곳에 시신들이 널려 있고, 생존자들은 나흘 동안 식수와 먹을 것 없이 버티느라 초주검 상태다."

지난 2일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인도양과 벵골만 등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나르기스'의 피해 현장을 방문한 국제 구호단체 요원들은 현장의 참상에 충격을 받았다.

미얀마 국영 TV는 6일 군정(軍政) 당국을 인용해 "한 마을에서만 1만명이 몰살되는 등 전체 사망자 수가 2만2464명에 이르고, 실종자가 4만1000명, 집을 잃은 이재민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미얀마 서남부 이라와디 주(州) 보갈레이 마을. 사이클론이 몰고 온 폭우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마을의 95%가 휩쓸려 떠내려갔다. 인근의 라부타 지역도 읍내 건물의 75~85%가 파괴되고, 해안의 작은 마을 16곳은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 미얀마 사무소의 킨 민(Minn) 고문은 AFP통신에 "이라와디 지역을 헬리콥터로 방문한 구호 요원들이 방치된 시신이 너무 많은 데 놀랐다"며 "미얀마의 열악한 구호 여건을 고려하면 상황이 2004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쓰나미보다 더 참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0만명의 경제 중심 도시 양곤은 사이클론의 직격탄을 맞아 기능이 마비된 채 암흑 도시로 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생수·휘발유·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은 3배 이상 치솟고, 일부 상점은 약탈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

한 주민은 "작년 9월 민주화 시위를 진압할 때 개미떼처럼 몰려왔던 군인들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지금은 어디에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얀마 군정은 자신들의 영구 집권을 위한 개헌 일정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by 100명 2008. 5. 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