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한국부호 40인 중 16위…재벌가외 기업인 중 최고
1백50만원 창업 케이블TV 업계 거물 성장…절묘한 M&A 장점

이민주 전 씨앤엠 회장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느 재벌총수일가 못지 않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 부호 40인’ 순위에서 16위에 랭크 된 것. 네이버로 막대한 부를 올린 이해진 NHN 회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보다 순위가 앞선다. 쟁쟁한 재벌그룹 회장 등을 제치며 신흥거부로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이 회장. 과연 그는 누구인가.

흔히 부자 하면 재벌총수일가를 떠올린다. 선대로부터 내려온 자산의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그랬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그랬다. 실제 재벌총수일가들은 저마다 국내 자산총액 순위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 부호 40인’ 순위에서 생소한 이름이 눈에 띈다. 이민주 전 씨앤엠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 쟁쟁한 재벌그룹 총수 등을 제치며 신흥거부로서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케이블TV업계 ‘큰손’

<포브스>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자산 보유 순위는 16위. 한국에서 16번째로 부자라는 얘기다. 보유 금액만 무려 10억만달러(약 1조원가량·환율 1천원 기준)에 달한다.

네이버를 창업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해진 NHN의장(33위·5.85억만달러),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40위·5.1억만달러)보다 월등히 앞선 순위다. 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28위·7억만달러)보다도 앞서 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 보유하고 있던 케이블TV 업체에 씨앤엠을 국내외 합작펀드에 매각해 1조원 가량의 돈을 벌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자본금이 1백50만원에 불과한 것이 알려지며 숨은 투자의 귀재로 급부상 중이다. 인수합병(M&A)과 매각을 반복하며 높은 이익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재계의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88년 한미창투의 창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투자자로서 변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중소금융 기관들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며 높은 이익을 거둬들였다. 특히 외환위기(IMF) 이후 싼 가격에 중소 케이블TV를 M&A하며 씨앤엠을 만들었다. 씨엔엠은 경동케이블TV를 모체로 출발해 서울 지역 케이블TV와 중계유선업체를 줄줄이 인수하며 케이블업계의 큰손으로 성장, 이 전 회장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 그가 외국계 금융회사들과 수조원대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대형 매물들이 나오는 M&A시장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금융계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새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재벌총수일가들과 진정으로 어깨를 견주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한국 특유의 재벌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 <포브스>가 한국 부호 40인의 제목 아래 국내 자산 보유 순위 기업인 명단에서 이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벌총수일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실제 한국 부호 40인 중 1위는 30억만달러(약 3조원가량·환율 1천원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2위는 28억만달러(2조8천억원)를 보유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정 최고위원과 정 회장은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들이다. 뒤를 이어 국내 최고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27억만달러(2조7천억원)를 보유, 3위에 올랐다. 다만 <포브스>는 최근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보관된 45억만달러(4조5천억원)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차명계좌 금액을 포함할 경우 이 회장은 국내 최고 부자로 뛰어 오른다는 것이다.

4위는 19억만달러(1조9천억원)를 보유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5위는 16.5억만달러(1조6천억원)를 보유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차지했다. 뒤를 이어 6위는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 7위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8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9위는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 10위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의 순이었다. <포브스>는 이 같은 결과가 한국 특유의 재벌문화로 인해 만들어 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특유의 재벌문화 속에서도 M&A를 통해 신흥갑부로 혜성처럼 등장, 자산 순위 16위에 오르며 사모펀드 등의 활동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전 회장.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재계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ilyosisa.co.kr

이민주 회장 프로필
▲1948년 서울 출생
▲1968년 서울고 졸업
▲1972년 연세대 상경대 통계학과 졸업
▲1974년 다나무역 입사
▲1975년 조선무역(현 조선아이앤씨) 창업
▲1988년 한미창투 창업
▲2000년 KS넷 창업
▲2000년 씨앤엠 창업 및 회장

by 100명 2008. 5. 7.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