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단관 국도극장 남포동 시대 마감

기사입력 2008-05-06 12:12


건물 경매로 지난달 30일 마지막 상영

지난달 30일 저녁, 부산 중구 남포동 국도극장예술관. 그날의 마지막 상영을 앞두고 하나 둘씩 모인 관객들은 일없이 극장 구석구석을 거닐었다. 화장실로 가는 옛날식 기다란 복도에 붙은 상영작 포스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대한뉴스', '문화영화'를 적는 칸이 따로 있는 옛날 상영시간표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하는 영화 '미스언더스탠드'는 국도극장 남포동 시대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었다. 국도극장예술관이 이날을 끝으로 남포동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남포동에서 마지막 단관이 사라지는 것이고, 영화의 중심지 남포동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이기도 했다. 국도극장예술관은 오는 23일 부산 남구 대연동 가람아트홀 자리에 재개관한다.

'국도예술관 재개관!!!'이라는 제목의 공지가 회원수 8천200여명의 네이버 카페에 뜬 것은 지난달 28일.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건물이 경매 절차를 밟는 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가게 될 줄은 몰랐죠. 새 건물주에게 최종 통보를 받은 게 (지난달) 7일입니다." 정상길 대표가 말했다. 1층 옛 오락실 자리는 벌써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직전인 4월 1일에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올해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3년째 선정이 된 터였다.

"갈등 많았습니다. 웬만하면 남포동을 떠나지 않으려고 몇 달 전부터 부산극장 1개관을 빌리려고도 해보고, 폐관한 부산극장 자갈치관을 임차하려고도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접어야 하나 생각도 많았는데…." 실제로 폐관을 해야 할 뻔했던 위기였다. 당장 새 둥지를 구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극적으로 부산문화회관 옆 가람아트홀과 이야기가 잘됐다. 158석 규모 반지하 소극장 시설을 개조하기로 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영화관이었던 국도극장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의 CGV 남포 자리에 있던 국도극장 본관의 2관 재개봉관으로 2000년 개관하고, 휴관과 영화상영운동 동호회 격인 '레이트쇼'의 상영관, 2003년 애니메이션 전용관, 2004년 제한상영관으로 생존을 위한 변신을 거듭하다 2006년 4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됐다.

국도극장예술관 이상영 프로그래머는 "2006년 예술영화관 운영 첫해에 관객이 1만3천여명이었던 게 지난해 2만1천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예술영화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참에 자리를 옮기게 돼 아쉽다"고 했지만 "고정 관객들과 함께 더 재미있게 운영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도극장은 자체교통카드 제작 등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폐관해야 하나 하는 갈등을 돌려세운 건 관객들이라고 했다. "열성 관객들의 힘이라는 게 참,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얼마나 배신감들을 느꼈겠어요? 작게라도 계속 이어 나가야죠." 남포동 국도극장의 마지막 영화를 본 스무명 남짓한 관객들은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다.

by 100명 2008. 5. 6.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