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영화관은 어떤 의미입니까?”

기사입력 2008-05-05 13:28 |최종수정2008-05-05 13:38
▲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 스틸컷

그동안 수많은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최고의 거장 감독들이 떠올리는 ‘영화관’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그들에게도 분명 난생 처음 영화관을 찾았을 때의 설레임과 그 순간을 함께한 누군가와의 추억이 있을 테고, 평생 잊지 못할 영화를 접했을 때 느꼈을 찡한 감동의 순간이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계에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기쁨과 슬픔, 감동을 선사한 최고의 거장 감독들 35명이 불 꺼진 영화관에서 관객들에게 진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바로 거장 감독들이 각자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관에 관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다.

전세계 5대륙, 25개의 나라,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참여한 이 작품은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 더불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영화 팬들에게는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할 35명의 거장 감독들은 이 작품을 통해 그들 각자 인생에서 영화관이 가지는 의미와 추억에 관해 털어놓는다. 단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분, 거장 감독들은 영화관과 함께한 수십 년의 시간을 3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응축해 표현했다.

‘베를린 천사의 시’ ‘밀리언 달러 호텔’로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은 100년의 식민 지배와 30년간의 군부독재, 10년의 시민전쟁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콩고 강가의 마을 사람들이 20인치도 되지 않는 작은 TV를 통해 보이는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 ‘엘리펀트’ ‘파라노이드 파크’의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떠올린 영화관의 이미지는 영사기에 필름을 돌리던 한 소년이 스크린 너머 파라다이스에 발을 들이고 기다렸다는 듯 아름다운 여인과 첫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테오 앙겔로풀로스, 기타노 다케시, 라스 폰 트리에, 첸 카이거, 왕가위, 데이빗 린치, 데이빗 크로넨버그, 장 이모우, 올리비에 아싸야스, 빌 어거스트, 제인 캠피온, 차이 밍량,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로만 폴란스키, 유세프 샤힌, 쟝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 레이몽 드파르동, 아톰 에고이앙, 아모스 지타이, 후 샤오시엔, 아키 카우리스마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안드레이 콘잘로브스키, 클로드 를르슈, 켄 로치, 난니 모레티, 라울 루이즈, 월터 살레스, 엘리아 슐레이만, 조엘 코엔, 에단 코엔 등 총 35명이 감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쩜 각자 감독들이 그동안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 특유의 이미지가 3분 안에 고스란히 녹여질 수 있는지, 110분의 러닝타임동안 3분씩 짧게 끊어지는 영화 속에서도 감독들 특유의 향내는 영화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위에 나열한 감독과 작품을 서로 매치해가며 감상한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떠올린 ‘영화관’에 관한 이미지 말고 스스로에게 있어 ‘영화관’의 이미지를 찾아보는 것도 신선한 행복을 줄 수 있을듯하다. 오는 15일 개봉.
by 100명 2008. 5. 5.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