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업체 한국 추격 거세다

기사입력 2008-05-04 17:47 |최종수정2008-05-04 22:38
[쿠키 경제] 대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한국 기업 추격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한국의 우위가 두드러졌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와 ‘중국 효과’ 등으로 한국 업체들을 바짝 따라잡았다는 분석이다.

4일 LG경제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은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공급국의 위치를 갈수록 굳히고 있다. 2006년 말 현재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39%,대만은 19%인 반면 우리나라는 11%로 미국(13%)에도 뒤처졌다. LED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TV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시장 규모가 연평균 19%씩 급성장하는 분야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이날 발표한 ‘세계 LCD 패널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과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대만 AUO에 빼앗겼던 출하량 1위를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국가별 시장점유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와 대만은 차이가 거의 없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출하량 점유율을 합하면 40.3%이고 대만 3대 업체인 AUO와 CMO, CPT의 점유율은 40.2%다. 2006년 상반기 35%대였던 대만 업체의 점유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은 답보 상태다.

또 대만 업체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을 교차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득을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은 자사에서 생산하지 않는 패널을 경쟁사에서 만들고 있더라도 제품 사양이 조금씩 달라 부득이 대만 제품을 사고 있다.

반도체 분야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대만 3사(TSMC, 파워칩, 뱅가드)는 D램 가격 급락으로 실적이 나빠졌지만 1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TSMC는 연구 개발(R&D)에 50억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위탁 생산업체가 이제는 개발까지 하겠다는 것으로 한국 업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IT업계의 강점은 중국 본토의 저가 생산기지를 십분 활용해 강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꼽힌다. 특히 친중국 노선을 표방한 마잉주 국민당 정권이 20일 출범함에 따라 중국 효과가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대만 전체가 거대한 실리콘 밸리로 변모해 한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5.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