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류는 교역일 뿐… 문화장벽 아직 높아"
韓·中 문화교류의 나아갈 방향은…
  • ◇1일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제2차 한·중작가회의에서 소설가 구효서(오른쪽)씨와 중국 작가 장웨이가 한류의 문제점과 양국 간 진정한 문화교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의 한류(韓流)를 진정한 문화교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가 구효서(51)씨와 중국작가 장웨이(52)씨가 냉철하게 한류를 되짚었다. 이들은 자본에 끌려다니는 대중문화를 비판하면서 “드라마나 아이돌 가수 이상의 것을 교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씨와 장씨는 1∼2일 인천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제2차 한·중작가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한류(韓流)·한류(漢流) 현상과 문학의 위상’란 주제 아래 토론을 벌이던 중, 두 작가는 공개석상을 벗어나 진솔하게 대화하기를 원했다. 따로 마련한 자리에서 양국의 중견작가는 한류의 한계, 문화흐름의 걸림돌, 한·중 문화교류가 나아갈 길 등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한류, 잘생긴 영화배우나 댄스음악뿐인가

    구효서: 현재 한류는 드라마·영화·대중음악에 치중돼 있다. 이것은 상품의 ‘교역’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 교류’는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보단 금전적 이익이 중요한 동기이기 때문이다.

    장웨이: 동감한다. 어째서인지 한국은 중국에서 드라마 ‘대장금’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가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인상이다. 대중문화의 가벼움을 넘어선 자극을 원하는 지식인도 많다. 이를테면, 한국의 수준 높은 문학작품 말이다. 그들은 잘생긴 영화배우나 댄스음악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이번 한·중작가회의에서 만난 한국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개인적으로 출판할 생각이다.

    구효서: 교류가 원활히 진행되려면 경계를 싹 무너뜨려야 한다. 민족과 국경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작가에겐 문학이라는 조국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 작가는 국가 주도의 문화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격한 문화혁명의 그늘이 여전한 감도 있다. 그것이 교류의 장애가 될까 걱정이다.

    장웨이: ‘작가에겐 문학만이 조국’이란 선언을 지지한다. 난 수준 낮은 작가를 두 부류로 나눈다. 첫째는 정부 뜻에 따르는 어용작가, 둘째는 상업주의에 물든 장사꾼 작가다. 제 마음을 의지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작가가 아니다. 문화대혁명의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작가라면 자기 감정과 의견을 왜곡 없이 표현해야 한다.

    구효서: 중화주의는 어떤가. 우월의식에 젖은 중국 작가들도 일부 있다. 배타적 태도 역시 교류를 방해한다.

    장웨이: 일부 작가가 배타성을 보인다고 중국인이 배타적이라고 일반화할 순 없다. 중국은 호기심이 강한 나라다. 진시황 때 서복(徐福)이란 인물이 콜럼버스보다 앞서 모험적인 대항해를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와 일본을 거쳤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인은 문화적 차이가 클수록 더욱 관심을 갖는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유교사상을 공유했으나 근대화 이후 문화적 개성이 뚜렷해졌다. 그래서 요즘 한국·일본 문화가 급속히 유입되는 것 같다.

    문학, 이데올로기를 뛰어넘게 하는 도약대

    구효서: 아시아와 서양은 서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는 서양 제국주의에 희생됐었고, 서구는 아시아 문화의 풍요로움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탓이다. 문학은 그런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극복·초월하게 한다. 문자에는 사람의 정신을 움직이게 하는 권위가 있고, 때론 우릴 지배한다. 그 힘으로 우린 해묵은 반목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설 수 있다.

    장웨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은 해당 국가의 문화를 충실하게, 또 강력하게 전한다. 중국에는 무명 서양작가의 작품까지 번역돼 있다. 하지만, 서양엔 극소수 유명 중국 작가 작품만 소개돼 있을 뿐이다. 그들의 무관심과 배척은 제 문화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일 것이다.

    구효서: 문학은 정치,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도중 중국인 유학생들과 한국 시위대가 충돌했다. 이후 양국 간 감정이 사나워지는 형국이다. 충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를 비롯한 중국 지식인층이 이 사건에 침묵하는 듯 보여 이상하다.

    장웨이: 사실 그 소식을 지금 처음 듣는다. 사건 자체를 몰랐으므로 침묵이라고 할 순 없겠다. 중국에 보도되는 외신은 제한적이다. 부실한 보도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난 눈으로 직접 목격한 뒤 내리는 판단만 믿으므로 뉴스를 맹신하지 않는다. 중국에 결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구효서: 동종업 종사자로서 가벼운 질문 하나 하겠다. 중국에서 전업작가의 생활은 어떤가.

    장웨이: 전적으로 책 판매 수입금에 의존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출판사가 외면한다.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이나 보조금은 없다. 열심히, 재미있게 써야 한다. 한국 작가와 사정이 같다.(웃음)
by 100명 2008. 5. 3.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