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 장 영 준·중앙대 교수·영문학
대한민국 초짜 신부 누구든지 겪는 일이 아닐까. 된장찌개든 김치찌개든, 우리 음식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조리법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그 재료들이 또 발효음식이라 재료 만들기는 더 어렵다. 요즘 김치나 된장을 만들 수 있는 (젊은) 주부가 얼마나 될까. 발효방식이 지방마다 사람마다 다르니 표준화가 쉽지는 않다.
한국 음식은 대표적인 슬로푸드이자 건강식이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한식의 우수성과 외국의 관심도에 비해 세계화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 만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조리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떤 외국인은 조리법에 따라 갈비찜을 만들었는데 갈비탕이 되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한국 전통음식이 체계화된 조리서 없이 가정 비법으로 구전됨으로써 단절돼 가는 현실은 안타깝다.
그나마 반가운 일은 한국 음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에는 농림부와 문화관광부가 공동으로 '한국음식 조리법 표준화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였고, 그 일환으로 외국인이 선호하는 음식 100종을 선정하여 책으로 냈다. 작년 연말에는 한국음식세계화박람회가 열려 한식 조리 경연대회, 외국인 한식 요리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외교부는 올해 한식을 집중 교육받은 요리사를 미국 영국 독일 등 9개국 대사관에 파견, 한식의 세계화와 '요리외교'를 펼치기로 했다.
한국 전통음식의 복원과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차제에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전략은 표준화된 조리법에 일차적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복잡한 조리법은 단순화시키고, 국제 계량 단위에 맞춰 정확한 양으로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간', '적당량', '알맞게' 등의 모호한 표현들은 g, ㎝, 분과 같은 세계 공용의 계량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 소위 국제적 기준에 맞는 레시피(조리법)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 음식이 아무런 노력 없이 세계화된 것은 아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일본 정부는 서양인들을 위한 메뉴 개발 사업을 주도하여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1981년에는 농림수산성 산하에 '외식산업종합연구센터'를 설립했고, 2005년에는 농림수산성 내 각급 협회를 중심으로 '수출촉진전국협의회'를 구성하면서 2010년까지 일식 애호가를 12억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006년부터 재외공관에서 현지의 요인이나 오피니언 리더에게 일본의 고품질 식자재를 이용한 일본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자동차 시장은 약 1320조원, IT 산업 시장은 2700조원인데, 식품 산업 시장은 4800조원이고, 이 중 외식 산업이 2300조원이라고 한다. 외식 산업이라는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복잡한 조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표준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자극적인 향과 맛을 순화시키고 다양한 음식과의 퓨전화와 현지화도 필요할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더 이상 '그놈의 된장찌개'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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