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문화, 왜 넘쳐나도 목마를까

문화회관 곳곳에 각종 문화공연이 넘쳐난다. 수많은 작가의 개인전이 쉼 없이 이어진다. 일주일에 한두 편 이상 새로운 영화가 쏟아진다.

그 많은 문화 중 내가 원하는 문화는 없을 때가 잦다. '문화시대'라고 하지만 시대를 거꾸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그때다.

지역문화를 취재하면서 항상 마음 깊숙한 곳에 찜찜한 찌꺼기처럼 가라앉아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고민이다. 쏟아지는 문화 속에 파묻혀 있는데 마치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관객 혹은 관람객과 공연장 전시장 영화관이 동떨어진 듯하다.

어떻게 하면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문화를 최대한 살려 취재할 수 있을까가 바로 문화부 기자로서 최대의 고민이다.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말이 바로 지역문화의 정체성이요, 기획전에 대한 목마름이다. 최근 개관을 앞둔 3·15 아트센터가 정체성, 기획력 부족을 두고 세차게 지역예술인과 지역민들의 질타를 받은 것도 바로 이 이유다. 사실 이런 예는 비단 3·15 아트센터만의 문제도 아니다.

수도권에서 단물 빨 대로 다 빨려버린 공연과 전시를 잠시 올리는 것은 쉬워도 공허함은 여전하다. 문화를 즐긴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서울문화 따라가기'에 끌려다니는 듯한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작지만 강한 기획력과 창의력이 두드러지는 문화와 틈새 문화가 오히려 장기 릴레이를 하게 되고 점차 관람객, 관객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에는 연일 '추억의 영화'를 보기 위한 문화에 소외됐던 50∼60대 관객들의 발걸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극장에는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한 문의가 잇따르면서 미처 개봉하지 못했던 영화가 연이어 오르고 있다.

마산 창동, 오동동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마산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문화인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기에 지역민들과 지역예술인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만 간다.

원하는 문화, 필요한 문화는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by 100명 2008. 4. 29.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