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공공 미디어 정책 포기 선언
이재민 차관 발언 파문…언론계 곳곳에서 비판 잇따라

▲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명박 정부가 미디어 정책에 있어 공공성을 완전히 접고 승자 독식의 시장 속으로 뛰어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25일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학회 등 4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 축사에서 “공영방송의 소유 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과 같은 문제를 하나씩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법들을 모두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일괄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디어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규제도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현 언론의 법과 제도에 5공 시절 ‘당근과 채찍’ 원칙에 의해 만들어진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며 “언론에 대해 시장원리에 벗어나는 규제도 않겠지만 어떤 형태의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 구성원 외에도 국민·전문가 의견 들어야”…여론몰이 의도?

신 차관은 언론계 5공 청산의 의미를 28일자 <동아일보>에서 설명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5공 정권이 들어선 이후 KBS 2TV가 생기는 등 언론 통폐합이 있었고,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현재의 MBC 소유구조도 그때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5공 잔재 청산의 대상이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MBC가 중심인 것이다.

신 차관은 “반드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MBC (민영화) 문제는 구성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민영화와 관련해 MBC 구성원들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던 한나라당의 주장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18대 국회에서의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을 통한 ‘1공영 다(多)민영’ 체제로의 변화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은 민영화와 관련해 MBC의 선택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신 차관의 이번 발언은 소위 말하는 ‘여론몰이’를 통해 MBC 민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출범한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처음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공영방송 민영화를 통한 ‘1공영 다(多)민영’ 추진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 토론회를 후원한 <조선일보>를 비롯해 신문·방송 겸영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친여 성향의 신문들이 관련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정권 잡았다고 방송 좌지우지하겠다면 오산”

신 차관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지난 4·9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재윤 통합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권력으로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 개원도 하기 전 신 차관이 9월 정기국회 미디어 관련법 일괄개정을 말하는 것에 대해 “너무 앞서가는 것 가는데, 이런 행동이 오히려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할 일은 방송을 시장에 내던지는 게 아니라 공영성을 지켜 국민에 대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신 차관이 “정책이 없는 게 최상의 정책으로, 언론에 대해 어떤 규제도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정책이 필요 없다면 문화부는 왜 존재하는가. 무책임한 발언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언론에 시장논리를 대입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언론에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견제의 기능뿐 아니라 문화 창달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하는 만큼 지원할 것은 지원을 해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와 현업 언론인 단체,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민영화,·신문·방송 겸영 등 시장주의 미디어 정책의 추진을 공식화할 경우 6~7월을 기점으로 총파업을 포함한 대대적인 반대 운동에 들어가겠다는 점을 미리부터 밝혀왔다.

한편, 정부여당은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9월 정기국회에서 일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4·9 총선에 앞서 당 차원의 정책공약 발표에서 시장주의 미디어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상황이고 언론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상임위 논의 과정은 물론 여론 수렴 등의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by 100명 2008. 4. 28.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