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4시] 해외에서 본 초라한 '기술한국'

지난 20일 독일 하노버 콘그레스센터에서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인 하노버메세 개막식이 열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옆자리에는 특사 자격으로 파견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앉았다. 일본 전통 무용단의 축하 공연도 성대하게 펼쳐졌다. 일본이 이처럼 환대받은 것은 올해 하노버메세의 파트너 국가였기 때문이다.

하노버메세는 25일 폐막식에서 한국을 내년도 공식 파트너로 선포했다. 주최 측이 흥행을 위해 파트너 국가를 돌아가며 선정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우리에게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하노버메세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전후 재건 차원에서 출범시킨 국제 산업박람회다. 정보기술(IT)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산업기술을 망라하는 박람회다. 이미 전 세계 60개국, 51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초대형 박람회로 자리잡았고, 전시회 기간 동안 20만명 이상이 하노버를 찾는다.

그러나 현지에서 본 '기술 한국'의 위상은 초라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국고 지원을 받아 공동 참여한 업체를 다 합쳐도 40곳에 못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은 260개 업체가 참여했고 인도와 터키도 각각 150개, 130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관문으로 하노버메세를 택했다.

하노버메세는 단순히 기업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시회가 아니다.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들의 요구를 새롭게 수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한국의 해'도 형식에 그쳐선 안 된다. 일회성 행사를 위해 참여 업체 머릿수를 채우는 데 급급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내후년에 한국 업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려면 아예 규모는 작더라도 내실을 기하는 편이 낫다. 관련 부처나 단체는 앞서 하노버메세에 참여해온 한국 기업들의 노하우부터 철저히 챙기고, 국내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당장 준비에 착수하길 바란다.
by 100명 2008. 4. 27.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