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OLED 시장, 일본 덤비지 마” [중앙일보]

일 정부, 예산 지원 … 소니·샤프 공동개발에
삼성전자·SDI 합작사 세워 경쟁력 키우기

삼성그룹이 디스플레이장치 시장에서 점차 쓰임새가 커지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OLED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능동형(AM) OLED 합작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반도체와 LCD에 이어 OLED 분야에서도 한국·일본·대만 간의 한판 승부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분야는 최근 일본이 정부와 기업이 뭉쳐 주도권 탈환에 나섰고, 대만도 양산체제를 갖추며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LG도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OLED는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서 2015년까지 연평균 167%(수량 기준)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성장 분야다.



◇전담 법인 만든 삼성=삼성그룹은 삼성SDI의 OLED 양산기술과 삼성전자의 연구인력·자금력을 합쳐 만든 합작회사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부터 세계 최초로 4세대(730㎜×920㎜) AM OLED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양사는 2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자회사 설립을 확정할 예정이다. 가칭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신설 법인은 두 회사에서 각각 50%씩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10인치(25.4㎝) 이하의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총괄하는 별도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기단계인 OLED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중소형 LCD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CD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디스플레이사업부를 삼성SDI로 넘길지, 신설 법인에 넘길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번 결정은 이건희 전 회장의 퇴임으로 생긴 의사결정 과정의 공백을 계열사 경영진의 합의로 메웠다는 의미가 있다. PDP·LCD·OLED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DI의 영역 다툼을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조정 없이 마무리한 것이다.

삼성SDI는 최근 적자의 주역이 된 PDP 분야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넘기는 대신 2차전지 분야에서는 독일 보슈와, OLED에서는 삼성전자와 합작법인을 세우며 주력사업 재편작업을 마무리했다.

◇신삼국시대 개막=반도체와 LCD 분야를 잇따라 내준 일본은 OLED는 한국에 내줄 수 없다며 힘을 모으고 나섰다. 소니·샤프·도시바 등 주요 전자회사들은 최근 대형 OLED 양산에 필요한 기초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도 이 분야에 35억 엔의 예산을 지원해 2012년까지 102㎝(40인치) 이상의 TV용 대형 패널 양산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SDI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AM OLED 양산을 시작한 대만의 CME도 월 30만 개 수준인 생산 규모를 연말까지 월 100만 개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LG전자의 OLED 조직을 넘겨받아 지난달 OLED사업부를 만든 LG디스플레이도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1000억원을 들여 파주에 AM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안양에 있던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소도 이달 초 파주로 옮겼다.

김창우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전기를 연결하면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가운데 빛을 내는 부분이 유기화합물로 이뤄진 것을 말한다.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보다 얇게 만들 수 있는데 반응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비도 적다. 특히 화질이 뛰어난 능동형(AM) OLED는 LCD와 PDP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휴대전화·MP3 플레이어용 소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노트북·TV에 쓰일 중대형 제품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by 100명 2008. 7. 16.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