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나로텔레콤,고객 분노 잘 헤아려야

하나로텔레콤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는 그 질이 너무 고약하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이 자행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현직 간부는 전 대표이사를 포함해 22명이나 된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가설사설망(VPN)까지 구축해 고객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8500여만 건을 본인 동의없이 1000여 텔레마킹업체에 건네 상품 판매에 활용토록 했다. 여기에는 인터넷 이용 계약을 해지한 고객 정보도 포함됐다. 어떻게 해서든 몇 푼 더 벌어보겠다는 탐욕이 엿보인다.

이 회사는 수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서도 고객 정보를 계속 유출시켰다는 게 경찰 전언이다. 기업윤리나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추악하고 파렴치한 행태다. 더욱이 이 회사는 개인정보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통신업체가 아닌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텔레마킹업체의 스팸 전화에 시달려야 했고, 유출된 개인정보 때문에 은행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킹을 당해 회원 1000여만 명의 정보가 새나간 옥션의 경우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으로, 단순히 형사처벌로 마무리할 일이 아니다.

때마침 피해자들이 직접 응징에 나섰다. 하나로텔레콤 정보 유출 피해자 모임이 구성돼 벌써 1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소송 의사를 밝혔고 녹색소비자연대도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끝까지 싸워 반드시 금전적으로 배상받기 바란다.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기업에는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하나로텔레콤을 예방할 수 있다.

경실련은 그제 고객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강제로 동의를 받고 제3자에게 정보를 넘겨온 19개 온라인 기업을 적발해 형사 고발했다.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관계 당국은 엄하게 수사해야 한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by 100명 2008. 4. 25.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