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발전 스스로 막는 대형 상영관들 - 김재익(문화체육부장)
언제부터인지 가끔씩 주말이면 영화관이 있는 멀티플렉스를 찾는 것이 서민층, 일반 시민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멀티플렉스란 한 건물 안에 적어도 5개 이상의 영화 상영관과 대형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 건물로 복합상영관이라고도 한다. 복합상영관을 자주 이용하게 되는 이유는 식당과 쇼핑센터를 두루 갖추고 있어 영화보기 전후에 필요한 일들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편리함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영화관 찾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일반 학생이나 서민 관객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는 것은 여러 가지 편리함도 한 이유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멤버십 카드나 이동통신 할인 등 각종 할인을 통해 영화를 저렴하게 볼 수 있어서였다. 창원·마산 지역의 경우 이런 할인 혜택이 지난해 3월부터 없어지더니 요금마저 7000원으로 1000원 인상되면서 영화관 가는 횟수를 더욱 줄어들게 만들었다.

외국영화 중 바하마의 여름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공포영화가 있다. 세상 일에 비밀이 없듯 영화관들이 할인 혜택을 없애고 영화 요금을 인상한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영화관들이 지난해 3월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영화배급사와 상영관들이 지난해 3월 담합을 통해 영화요금 할인 혜택을 중단하고 요금을 인상하기로 담합했다는 내용이다.

담합은 우리나라 영화 배급시장의 79.3%를 차지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한국소니픽쳐스 등 5개 사가 상영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상영관들에 공문을 보내 자체 할인을 금지하고 초대권 사용을 제한하도록 요청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 형식이다. 영화시장을 지배하는 대형 사업자들의 폐해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창원·마산의 영화관들은 한 가지 더 담합을 했다. 창원의 CGV, 롯데시네마, 메가라인과 마산의 CGV, 롯데시네마, 마산시네마 등 6개 상영관은 이 지역 영화요금이 서울보다 싸다며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갖고 영화관 입장료를 최고 1000원 올렸다. 요금 인상도 담합이 아닌 것처럼 6개 영화관이 2~3일 간격을 두고 차례로 올렸다고 한다. 평소 서로를 적처럼 대하며 경쟁하는 영화관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이런 대목에서는 협조 체제를 갖추는 것은 영화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영화관들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발표 후 영화를 아껴온 팬들에 대해 이렇다 할 사과의 말이 없는 것 같다. 과징금이나 내고, 적당히 몸을 낮춰 수그리고 있으면 여론은 잦아들 것이란 생각인 게다. 이번 담합에 대해 공정위가 영화배급사와 상영관들에 6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담합으로 인한 영화팬들의 피해는 배급사나 상영관들이 내야 할 과징금보다 훨씬 많은 15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그들은 그래도 남는 장사(?)를 했다고 여길까. 담합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영화업계는 담합도 모자라 지난해부터 영화 관람료를 9000원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로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배급사나 상영관 등 영화업계가 담합에 대한 일언반구 사과 없이 관람료 인상에만 열을 올린다면 영화팬이나 소비자단체들의 저항을 피하기란 어렵다.

관람료 인상을 통해 영화투자의 수익률을 높여 영화산업이 선순환 사이클을 이루도록 하려는 영화업계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비싼 오페라 공연이나 대형 가수들의 공연장에는 가기 어려운 서민·중산층이 애용하는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길을 줄어들게 만드는 것은 영화산업의 발전을 스스로 막는 꼴이다.

by 100명 2008. 4. 24.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