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 인상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08-04-24 11:12


공정거래위원회가 5개 영화 배급사와 3개 복합상영관에 대해 영화 관람료 할인 중지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9억 원을 부과했다. 이것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관람료 인상과 할인에 관한 논란이 다시금 일고 있다. 과연 관람료의 ‘정상화’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한국영화 산업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영화 배급사들은 상영관의 관람료 자체 할인을 금지하고 단체할인은 1천 원 범위 내에서 배급사와 협의 시행, 초대권은 2주 후부터 사용 등을 내용으로 한 공문을 복합상영관에 보냈다. 상영관은 이를 근거로 각종 할인을 중지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영화관람료 할인 중단으로 영화 배급사와 복합상영관들은 150억 원의 추가이익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화사와 배급사의 담합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관람료 할인 폐지와 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수의 지속적인 감소와 투자 감소의 여파로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되었던 시점부터 영화계 내에서 관람료 인상 문제가 제기되었다.

관람료 인상의 문제가 대두된 것은 지난 2000년, 관람료가 7천원으로 인상된 이후 SKT , KT, LGT 등의 이동통신사의 할인제도가 시작되면서 본격화 됐다. 처음 이동통신사들이 영화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할인 된 금액 전액을 극장에 지불했지만 해마다 극장이 분담해야하는 수치가 늘어났다. 결국 지난해 7월 이동통신사 할인 서비스가 사라졌을 쯤 극장이 900원까지 부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까지 시행된 은행카드 할인은 대부분 CGV에 집중된것을 알 수 있다. ⓒ영진위



2004년 한 영화계간지에서 강한섭 영화평론가는 이동통신사들의 극장 관람료 할인에 대해 “극장 관람료 할인은 또 다른 영화시장인 부가판권시장을 사장시키며, 이동통신사들이 할인에 손을 뺄 경우 영화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관객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 전망은 그렇게 ‘실현’됐던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7천원인 영화관람료를 최고 9천원까지 인상 검토 중이라는 ‘극장요금 검토안’을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거래 위원회가 “영화가 서민, 중산층에 친숙한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서민 생활비 경감과 물가 안정 차원에서 엄정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영진위는 검토안에서 “국내 영화 요금이 세계 영화 관람요금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물가인상률에 미치지 못해 제작 및 상영 부문 수익률 개선을 위해 극장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전체 요금을 500원 인상하고 기존 주말 프라임 타임을 평일로 확대 적용, 기준가 1천원 인상과 조조할인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대표 역시 “최소한 정부가 인정하는 물가 상승분이라도 입장료가 올라 제작파트로 돌아오기 때문에 관람료 인상은 불가피 하다”고 영화관람료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사실 영화 관람료는 7년 동안 기본적인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차치하더라도 관람료가 인상되면 제작파트로 돌아가는 비용이 증가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이 한국영화 산업의 해법이 될 수 있

을까.
한국 영화시장의 수익구조가 그것인데,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한국영화발전포럼에서 장병희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07년 국내 영화산업 매출의 83.7%가 극장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2001년 74%에 비해 약 10% 가량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가판권시장이 고사한 현재 영화시장에서 매출액의 대부분은 상영관을 통해 얻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영화수익금은 극장과 배급사 간의 부율(극장 수입을 나누는 비율)을 근거로 배급사 5: 상영관 5로 나누어진다. 배급사가 갖게 되는 ‘5’안에는 제작사의 제작비용, 마케팅회사의 마케팅 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관람료 인상과 관련해 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김도학 소장은 “관람료 인상에 앞서 상영관들이 부가판권시장의 정상화하는 노력, 제작 리스크의 분담, 수익을 6(배급사):4(상영관)로 나누는 수익구조를 수렴하는 등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 대기근으로 지난해 상영관 수익이 복합상영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된 상황에서 이제 상영관들도 영화산업구조의 문제를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관람료가 인상되면 영화의 상영 횟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한국관객 평균 상영 횟수가 세 번일 때, 두 번이 한국영화인 상황에서 상영 횟수의 축소로 인한 타격은 제일 먼저 한국영화에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카드할인이 없어졌기 때문에 사실상 관람료 인상은 어느 정도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며 “관객이 정해져 있는 작금에 상황에 제작사가 제작편수를 줄이고 극장은 요금인상을 하려는 것은 결국 제작비는 줄이고 요금은 올리는 판국이다”고 일축했다.

그는 “만약 관람료를 만원으로 책정한다면 오락성이 강조되는 현재의 한국영화들이 여타 다른 오락성이 가미된 예를 들어 게임과 같은 것을 이길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고육지책을 선택한 영화계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관람료 인상이 근본적인 타계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히려 요금 인상은 관객들에게 불법다운로드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며 “관람료 인상보다는 2차 부가판권시장을 살리는 것과 해외수출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y 100명 2008. 4. 24.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