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 한국서 '굴욕 20년'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미 7사 부산모터쇼 모두 불참..독일 VS 일본차 경합 속 호감도 바닥]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지 20여년동안 한국시장에서 미국차의 낮은 위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고급의 최고가 차와 품질 좋은 저가차 사이에서 헤매는 모습이다.

23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내달 2일 개막하는 부산모터쇼에 크라이슬러와 짚 닷지, 포드코리아의 코드와 링컨, GM코리아의 캐딜락 사브 등 미국차 7개 브랜드가 모두 불참한다.

참가에 필요한 예산이 지난 2006년 전시회보다 업체별로 3억원 안팎이 추가된 5억원여원에 달하고 부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에 팔리는 미국 차가 적어 참가 자체가 의미없기 때문이라고 미국차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부산시와 정부의 지원금액이 크게 줄어들여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 탓도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바닥권에 있는 미국차 호감도가 불참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차들의 영남권 판매 현황을 보면 빅3중 가장 선전한 크라이슬러가 12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BMW가 경남에서만 618대를 판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사실 미국차들이 부산모터쇼 불참의 배경으로 영남권에서 낮은 판매현황을 들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업체들의 판매현황을 보면 크라이슬러가 3901대를 팔아 전체 시장점유율 7.31%를 차지하고 볼모 4.13%, 포드 3.79%, 캐딜락 0.58%, 사브 0.35% 등 전체 20개 수입차 브랜드에서 16%를 간신히 넘겼다.

그외 시장은 독일차와 일본차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 개방 초기인 1988년 포드를 시작으로 1992년 전면적인 한국 상륙을 단행한 미국차는 초기부터 BMW와 벤츠라는 독일 브랜드에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렉서스와 혼다를 앞세운 일본차의 총공세에 중저가 시장마저 일본에 내줬다.

한미FTA 체결로 저가공세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미국차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업계는 그런 가능성마저도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와 수준이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갖춘 차들의 노림수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을 기해 대대적인 수입이 진행될 일본 대중차들이 한미FTA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저가 미국차 시장을 선점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한국 수입차 시장을 독특한 전쟁터로 만들어 미국차의 입지가 날로 좁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동훈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은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던 초기에 수입차라고 하면 곧 벤츠와 BMW 등 럭셔리 명차로 통했고 이런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며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같은 브랜드들도 중저가 차들에 앞서 최고급 세단을 먼저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수입차=고가의 럭셔리차'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 품질력이나 브랜드 신뢰도에서 독일차와 일본차에 현저히 떨어지는 미국차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차업계가 판매율이 저조하자 상당히 의기소침해 하는 모습"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하는 데 부산모터쇼 불참처럼 소극적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by 100명 2008. 4. 23.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