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이대로 좋은가?

기사입력 2008-04-22 11:39
[쇼핑저널 버즈] 우리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수익성은 제로는커녕 마이너스에 가깝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CG 기술은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수익이 가능하지 않다는 많은 선례들이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은 <블루시걸>부터 최근의 <천년여우 여우비>까지 이어져 온 일관된 평가는, ‘기술은 됐다. 그런데 볼만하지는 않다’였으니 말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부흥을 위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황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매출(2,210억 원)과 비디오·DVD, 인터넷·모바일, 극장상영, 대여점 시장 등의 애니메이션 소비 시장(1,450억 원) 규모를 합해 연간 총3,66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분

제작 매출 규모

수출액

국내 업체 수

고용 인원

2002

2,149억 원

8,387만 달러

284개 사

9,338명

2003

2,578억 원

7,572만 달러

362개 사

5,385명

2004

2,448억 원

6,176만 달러

319개 사

3,600명

2005

2,210억 원

7,843만 달러

-

3,580명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현황의 변화(출처: 2005, 2006 애니메이션 백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2006년 조사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의 매출 현황을 보면, 2005년에 2,210억 원으로 2004년 2,448억 원 대비9.8%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 및 판권에 관련된 것으로, 캐릭터 등의 부가 사업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애니메이션의 실제 사업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매출 기준으로는 창작 매출이 87,087백만 원으로, 하청 제작 매출 72,437백만 원을 넘어선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창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작 및 제작

제작 지원

단순 복게

유통 배급

기타

합계

162,074

31,784

5,804

16,859

4,491

221,012

애니메이션 매출 관련 현황(단위 : 백만 원)


구분창작 제작(직접 제작)하청 제작
매출액87,08772,437
창작과 하청 제작의 매출액(단위 : 백만 원)

이처럼 꾸준히 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데는 지상파 방송 총량제 시행이 큰 역할을 했다. 시행 이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제작량이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되었으며, 창작 애니메이션의 해외 수출량이 증대되었다. 반면, OEM 하청 제작물의 시장이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제3국(중국,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에서 제작되고 있다.

아울러 위성, 케이블TV 채널 확장에 따른 제작 증가에 이어 DMB, 와이브로, IPTV 등장으로 부가 판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캐릭터 시장은 일본 제품의 활성화에 따른 영향으로, 캐릭터 사업의 이익은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 현시점의 영상 산업 방향의 대한 의미
방송과 통신 산업의 결합, 미디어 환경의 변화
공중파 중심의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에서 케이블, 위성 애니메이션 채널 확장에 따른 영향력 확대와 국내 애니메이션 사업 추진, 케이블, 위성 TV의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에서 전문 고객층이 형성됨에 따라 현재 시청률이 지상파 방송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에 따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은 더 많은 고객확보를 위해 한국 문화에 맞는 장르의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사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구축하려면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제작 형식과 소재의 다양화 DMB, IPTV, 와이브로 등 신규 미디어 등장에 따른 새로운 시장과 사업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신규 미디어 영역에 맞는 애니메이션의 형식, 제작 시스템 설정을 선점하는 것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재도약을 위한 현시점
<오세암>과 <아치와 씨팍>은 영상의 완성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오세암>은 애니메이션의 표현 부분에서, <아치와 시팍>은 기존 캐릭터 이미지의 파괴라는 새로운 시도로 화면 전개나 색상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시나리오 구성의 문제, 대중적인 정서와 호응하지 못한 문제 등으로 흥행에는 실패 했다.

2006년 7월 개봉한 <파이스토리>가 전국에서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비교적 선전하였고, 해외로 수출되어 터키에서는 150만 명을 동원하였으며 영국, 헝가리, 브라질에서는 각 100만 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이뤘다.

한편, 최근 개봉한 <천년여우 여우비>는 약45만 명, 재 개봉한<로봇태권V>는 60만 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국내애니메이션의 흥행 및 관객 동원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외에도, <오세암>의 성백엽 감독의 <바리공주>, 안재훈, 한해진 감독의 감성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도 2007년 제작 완료를 목표로 진행했으나 자금 확보의 어려움으로 현재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새로운 모색
21세기는 유비쿼터스 시대이다. 따라서 확장도 되지만 융합을 통해 재탄생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영화사와 애니메이션과의 합병이 미리 시도 되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야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영화사의 공동기획이라는 기획 시스템이 구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돌또기와 영화사MK픽처스가 인기 아동용 출판원작의<마당을 나온 수탉>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고, 싸이더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사 팡고 엔터테인먼트와 <럭키서울>을 공동 기획 중이다. 영화사 신씨네도 <태권브이>를 극장용 장편으로 준비하며 공동으로 제작할 곳을 검토 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여건이 미비하다고는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화사를 운영하는 전문인들이 애니메이션을 단지 어린이용 작품으로 한계를 그어 놓고 있다는 데에 대한 고정관념이 문제이다. 영화사의 마케팅 능력과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제작 능력이 통합될 때 작품의 흥행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며, 국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안정적인 발전 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콘텐츠 전략 모델
이미 투니버스 등 4개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관객의 수가 공중파를 추월하면서 6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TV의 등장과 IPTV, 인터넷, 모바일 디바이스, PMP 등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는 COPT(Create Once Publish Everywhere)의 개념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윈도로서 시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기존 유통법칙의 근본부터 바꿔놓고 있다.

애니메이션 생산 도구의 고급화에 따른 대중화
소수 젊은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 제작이 인터넷의 발달로 생산자 수가 1,000배 이상 증가했다. 젊은 마니아들이 만든 UCC 동영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미디어의 콘텐츠 수요를 채워 나가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다. 현재의 UCC 동영상은 실사영상이지만,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상상 표현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러한 소규모 제작의 공방 시스템은 거대 시장에 뛰어들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년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학생들이 어떤 분야의 직업을 선택하든 잠재적 프로슈머들로, 애니메이션 제작도구에 익숙한 만큼 유통 채널이 확보되고 이를 통한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출현 한다면 뉴미디어에 맞는 글로벌화 되어가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갈 기반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생산도구와 발표의 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대중화하여부족한 창작 콘텐츠 제작자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발굴된 우수한 인재는 기존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기획 및 제작 능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콘텐츠 개발 명목의 사업 투자 기능보다는 제작 산업구조상 가장 큰 문제점인 기획력 확보를 위한 지원 대책을 늘려야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 산업 연구소를 세워 고급 인력을 배출함과 동시에, 여기서 제작된 우수 콘텐츠를 제작사에 무상 제공하는 시스템도 고려해야한다.
by 100명 2008. 4. 22.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