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항 보급 ‘알몸투시기’ 얼마나 강력하길래

기사입력 2008-04-21 11:12 |최종수정2008-04-21 14:27

밀리미터파 화상기에 투시된 인체 촬영 자료 / TSA 자료 사진

LA공항 등에 확대 시험 설치…연내 30대 추가 예정

항공기 탑승객의 옷을 투시하는 방식으로알몸이 드러나도록 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전신 이미지 검색기(Whole Body Imaging)’가 지난주 중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 Los Angeles International Airport)과 뉴욕 JFK 국제공항(JFK, 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 확대 도입됐다.

이로써 두 공항은 지난해 10월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한 애리조나 피닉스 스카이하버국제공항(PHX, Phoenix Sky Harbor Airport) 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스캐너를 도입한 공항이 됐다.

지금까지 미국 공항에서는 기존 금속탐지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 중 추가 검색이 필요할 경우에만 보안 직원들이 일일이 몸을 더듬어 검사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 검색기를 통과하면 몸에 손을 대지 않고도 손쉽게 검사가 가능하다. 스캐너가 옷 속에 숨겨져 있는 무기나 기타 은폐물을 직접 투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온 몸이 나체로 드러난다는 점을 들어‘알몸 투시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연방 교통안전청(TSA)은 “LA공항의 경우 보안검색 전신 검색기 1대를 도입해 델타항공이 이용하고 있는 5번 터미널에 설치하고, 추가 보안검색이 필요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17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은 기존 방식대로 검사를 받거나 스캐너를 이용한 검사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TSA는 대당 15만 달러인 검색기를 올해 안에 30대 이상 추가 구매해 다른 공항에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밀리미터파 화상기’, 어떤 원리로 동작하나

밀리미터파 화상기(millimeter wave imaging)라고 부르는 이 전신 촬영 장치는 높이 2.7m, 폭 1.8m의 공중전화 부스 모양의 디자인이다. 추가 검색 요구를 받은 탑승객들은 이 장치 안에 들어가서 두 손을 하늘로 든 채 2~3초 대기하면 촬영이 끝난다.

부스 안에서는 두 개의 안테나가 RF 에너지 빔을 투사하며 동시에 몸 전체를 훑는다. 컴퓨터는 RF 에너지 파형이 신체나 물체에 맞고 다시 튕겨 나오는 입체 정보를 바탕으로 3차원 이미지를 자동으로 추출해 낸다.

보안 관계자들은 투시 장치에 촬영된 정보를 바탕으로 무기나 휴대 금지 물품을 몸에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특히 휴대품이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상관없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정확한 휴대품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알몸 투시기는 이미 미국 주요 법원(Federal Court House (VA) , Colorado Springs Court House (CO) , Department of Corrections facility (PA) , Los Angeles County Court House (CA) , Cook County Court House (IL) )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 스페인, 일본, 오스트리아, 멕시코, 태국, 네덜란드 공항에서도 일부 도입했다.

◆몸매까지 그대로…일부선 “개인 존엄성 침해” 반발

밀리미터파 전신 촬영 장치 / TSA 제공
TSA는 자료에서 “추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탑승객 중 90%가 전신 더듬기 검색 보다는 알몸 투시기를 선호했다”며 “보안 담당자들이 스캐너와 멀리 떨어져서 영상을 보기 때문에 투시 대상 인물을 일일이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탑승객 얼굴 이미지는 뭉개기(블러링, blurring) 알고리즘을 적용해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TSA는 “한번 스캐닝 된 이미지 정보는 검사 후 즉시 삭제되면 절대 별도 저장하거나 재전송, 또는 인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체 유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휴대폰 전파 노출량보다 1만 배나 적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했다.

심지어 TSA 관계자는 공식 블로그에서 “아이를 5명이나 둔 아버지로서 내 아내와 4살 남자 아이를 이 기계에 들여보낼 때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며 “나는 TSA 직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도 매우 자랑스럽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신형 검색기는 탑승객의 가슴이나 근육 등 신체의 윤곽이 3차원 영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나체와 같은 상황이 구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리 슈타인하트(Barry Steinhardt) 시민자유연맹(ACLU, http://www.aclu.org) 테크놀러지 책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충격적인 그래픽 이미지(strikingly graphic images of passengers' bodies)”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LA타임즈는 일부 여성 관광객들의 말을 인용, “비공개 방에서 개인 신체 사진을 검토한다면, 여성 이미지는 여성 보안 담당자가 봐야한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완전히 소름을 떨쳐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공식 블로그에도 비관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체형 정보는 개인 사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철회해야 한다” “가상 나체 검색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내 놓았다. 미국 내 주요 언론사 관련 기사에도 댓글을 통한 논쟁이 뜨겁다.



4월 중순부터 LAX, JFK 등 美 공항에 테스트를 확대 시작한 알몸투시기(Millimeter Wave). / 미연방 교통안전청(TSA) 제공



4월 중순부터 LAX, JFK 등 美 공항에 테스트를 확대 시작한 알몸투시기(Millimeter Wave) 주요 동작 원리. / 미연방 교통안전청(TSA) 제공
by 100명 2008. 4. 21.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