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 할인폐지 제재에 당혹한 영화계2008-04-20 12:52
영화계 "문화부가 인상 억제하며 폐지 유도"
공정거래위원회가 5개 영화 배급사와 3개 복합상영관에 대해 영화 관람료 할인 중지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9억 원을 부과한 데 대해 영화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조치로 CJ엔터테인먼트 20억6천600만 원, CGV 15억5천400만 원, 한국소니픽쳐스 13억7천900만 원 등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영화 배급사들이 상영관의 관람료 자체 할인을 금지하고, 단체할인은 1천 원 범위 내에서 배급사와 협의 시행하며 초대권은 2주 후부터 사용하게 해달라고 복합상영관에 요구했고, 이에 상영관들이 각종 할인을 중지했던 것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화관 업계에 만연한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어서 관객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할인 약속을 믿고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혜택이 없어져 황당해했던 관객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정부 주무부처의 방침과는 배치된 것인 데다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영화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화 관람료 할인 제한 조치는 지난해 4월 서울영화상영관협회(구 서울특별시극장협회)가 신용카드 할인을 중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비롯됐다.

신용카드사의 이벤트로 시행되고 있는 극장 할인이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진행돼 극장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중소극장을 고사시키며 영화 관람료의 정상적인 유통 질서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당시 문화관광부는 이러한 관람료 할인 제한 조치 논의를 거들고 나섰다.

문화부는 "영화관 업계가 벌이고 있는 극장 요금의 정상화 노력을 측면 지원함으로써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 과실이 영화계에 되돌아가 재투자될 수 있는 순환구조가 형성되도록 할 것"이라는 자료까지 낸 바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 소속 복합상영관들이 문화부의 이런 입장을 거스를 수 없어 신용카드사로부터 전액 보전받는 카드 할인은 대부분 그대로 두고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멤버십 할인 등을 축소하는 형태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문화부의 정책 방향이 할인 중지를 요청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런데 같은 정부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제재 결정을 내리니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배급사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이 시정조치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인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이런 조치가 나왔는지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회사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문화부가 영화 관람료 할인 혜택 제한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보완대책으로 영화발전기금을 신설, 입장료의 3%를 기금으로 징수하기로 하면서 영화관에 손실을 보전해주려고 했던 측면이 크다.

영화관들이 영화발전기금 징수를 빌미로 입장료를 올리면 관객의 불만이 스크린 쿼터 축소로 향할 수도 있어 관람료 인상을 억제하며 할인제 폐지를 사실상 유도한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할인제 폐지를 통한 '관람료 정상화'뿐 아니라 관람료 인상, 외화와 한국영화의 부율(영화관과 배급사의 부금 비율) 차등 문제 개선 등 한국 영화계의 숙원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관람료 인상을 한동안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기대 효과로 "영화가 서민·중산층에 친숙한 문화상품이기 때문에 서민 생활비 경감과 물가 안정 차원에서 엄정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대표는 "이 조치를 계기로 오히려 관람료 인상 논의를 더 활발히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화 관람료는 7년 동안 기본적인 물가 상승분조차도 적용받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7년간 오른 제작비 원가구조는 어떻게 계산해야 하느냐"며 "최소한 정부가 인정하는 물가 상승분이라도 입장료가 올라 제작 파트로 돌아와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관람료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극장 수익이 대부분인 영화사로서는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by 100명 2008. 4. 20.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