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위기, 세계는 이렇게 타파했다

기사입력 2008-04-16 11:17 |최종수정2008-04-16 11:23


[동아닷컴]

세계의 게임업계는 위기감에 쌓여 있다. 지나치게 높아진 개발비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트리플A급' 게임을 제작하려면 개발자가 200명 가까이 모여 오랜 기간 동안(3년~5년) 게임을 제작해야 한다. 수십억 원으로 불어난 게임 개발비는 개발 시의 리스크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이를 감당할 만한 회사는 실제로 많지 않다. 비대해진 조직 관리 문제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됐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 이하 GDC)에서도 이러한 '게임업계의 위기'가 주 논쟁의 타겟이 됐을 정도다. 게임동아에서는 랍스터 소프트의 김웅남 대표와 함께 세계의 게임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해결해나가려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게임업계의 주도적인 문제들>

'재미이론'이라는 책으로 게임업계의 유명인이 된 라프 코스터가 GDC2008에서 언급했듯이 게임 개발비는 너무 높아졌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서버 구조의 복잡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레바퀴 돌 듯이 끝없는 재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버를 재활용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개발 수준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맞추어 달라는 퍼블리셔의 요구 등 더욱 시장을 어렵게 하는 요소도 많다.

패키지 게임도 자금회수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PC 패키지 게임으로 나온 '크라이시스'가 GDC2008에서 올해의 기술상을 수상하고 '현실과 같은 그래픽'으로 세계로부터 각광받았지만 실제 판매고가 8만 장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게임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새 돌파구1 : 새 시장 개척 / 캐주얼 게이머를 주 타겟으로>


게임업계 위기 타파를 위해 게임업계가 실행한 것은 이용 층의 확대다. 즉, '캐주얼 게이머의 부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마니아'들이 주 고객이 아니라 캐주얼 게이머들을 주 고객으로 목표를 바꾸고 있다. '가족게임' '게임의 세계로 오세요' 등이 게임 판매 수식어로 자주 붙는 걸 알 수 있다.

캐주얼 게이머들에게의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는 것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배울 필요가 없는 수준'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재스처 미믹'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몇 백 년 동안 인간이 해온 자연스러운 동작을 게임으로 표현해내는 것을 일컫는다. 실제로 '기타히어로'싱스타' 등 '기존에 놀던 방식으로 그대로 즐기는' 방식의 게임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 판매 시장까지도 견인하고 있다. 닌텐도의 NDS나 Wii가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이러한 부분을 집요하게 연구해 내놓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새 돌파구2 : 사용자 제작 게임의 지원>

개발사들은 '사용자 제작 게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거액을 들여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준 프로에 가까운 개발자들에게 '손쉬운 게임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제작된 게임의 공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유한 후에 사용자간 평점 시스템을 이용해 인기 게임에게는 새로운 수익을 제공한다.

이렇게 개개인의 게이머들이 복잡한 절차없이 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공유한 후 옥석을 가리는 방식은 이미 MS와 소니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MS는 엑스박스 라이브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을 올린 후 개발자가 돈을 벌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소니도 디버그 용 PS3 가격을 1천2백 달러까지 낮추면서 '누구나 PSN(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라이센스를 취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심즈 카니발' '메타 플레이스' 등 해외에서는 활성화된 사용자 제작 커뮤니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새 돌파구3 : 소셜 네트워킹 연계>

위기 파타를 위해 세계의 게임업계는 이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많은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란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 대표적으로 '유튜브'나 '마이 스페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게임은 일종의 '버추얼 월드'라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킹 전반에 걸쳐 양 방향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이아 온라인(Gaia Online)'은 '세컨드 라이프' 등 다른 가상 세계처럼 소셜 네트워킹을 판타지 게임의 판타지 측면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크게 효과를 봤고 북미 지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렇게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과의 연계가 많아지자 게임사들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에게 호환한 가능하도록 동일한 API를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구글을 주축으로 한 이러한 움직임에 '마이 스페이스' 등 유력 사이트 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새 돌파구4 : 새로운 배포 방식>

새로운 배포 방식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계의 곳곳에서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팀'도 전체 가입자 수가 15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해외 유명 게임 사이트(www.popcap.com)에서 'peggle'이란 게임은 1천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판매를 이루어냈다.

'쪼개 팔기'도 유행이다.

기존의 패키지 게임은 전체를 한 번에 비싼 가격을 주고 사는 방식이었지만 단일 패키지라도 60달러 이상되는 것을 쉽게 구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최근에는 에피소드 별로 쪼개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웹 브라우저 내장 게임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설치 과정을 아예 없애는' 것이 게임 배포에 가장 좋다는 점 때문. 유럽 회사들 중에는 웹 브라우저 자체에서 별도의 클라이언트 없이 MMORPG를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또 '아이폰'이나 PMP 등 다른 플랫폼까지 이런 추세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새 돌파구5 : 독립 게임 개발사 지원>

대형 게임 개발사들은 점차적으로 독립 게임 개발사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저예산,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된 이들이 '기존과 다른 시장', '다른 장르'에서 해법을 찾아 상당한 히트작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PSN에 올라와 히트작 반열에 오른 '에브리바디 슈터'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GDC2008 인디게임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크레용 피직스 디럭스'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게임이다.


이런 독립 게임 개발사의 중요성은 세계적 추세다. GDC2008에서 '슈퍼 마리오 갤럭시', '콜오브 듀티4'도 아닌 '포탈' 이 대상을 받은 것도 세계의 게임업계들이 독립 게임 개발사들을 '게임산업 위기의 돌파구'로 보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by 100명 2008. 4. 16. 21:54